70년간 가족 찾는 4·3 유족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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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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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내 유해 확인 안돼, 유족들 안타까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유해 발굴은 계속돼야 합니다.”

9년만에 재개돼 기대를 모았던 제주국제공항 내 4·3 희생자 유해 발굴 조사에서 유해가 발굴되지 않자 유족 고정훈씨(72)가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제주공항 내 활주로 인근 등 70년 전 4·3 당시 학살 암매장 구덩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했으나 유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재단은 2017년 12월 제주4·3 연구소 긴급 조사 용역 보고서와 올해 4월 GPR(Ground Penetrating Radar:지하 투과 레이더) 탐사 결과를 토대로 공항 내 9900㎡ 면적에 최대 12미터까지 굴착했지만 유해는 없었다.

생존자 증언을 토대로 Δ뫼동산 인근 Δ남북활주로 서북쪽 Δ남북활주로 동북쪽 등 3곳을 조사했다.

동서활주로 서북쪽 궤동산 인근과 동서-남북활주로 교차 구역도 매장 가능성이 있는 장소였지만 항공안전 문제로 발굴작업을 할 수 없었다.

일부 지역은 GPR 탐사에서 땅 속 깊이 묻힌 물체를 포착해 파봤으나 유해가 아닌 암반이어서 발굴팀을 허탈하게 했다.

다만 공항에서 100m 떨어진 도두동 수풀에서 성인 유해 2구와 10대 초반 아이의 유해 1구, 그리고 2~3세로 추정되는 영유아 유해 1구 등 모두 4구가 확인됐다.

도두동 유해들은 1973년 공항 확장 공사 중 노출된 유해를 인근에 2차 매장했다는 증언을 근거로 조사해 찾아냈다.

비록 이번 공항 조사에서 유해가 없었지만 어딘가에 2차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피해 신고 기준 현재 4·3 행방불명인은 3891명. 이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 숨진 희생자를 제외하더라도 상당수의 유해가 도내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대했던 유해가 발견되지 않자 70년간 애태우며 가족의 유해라도 찾고 싶던 유족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창옥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 이사는 “공항에서 많은 유해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그러나 공항에 시신이 매장된 것은 분명한만큼 앞으로도 발굴 조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재단은 도두동에서 발굴한 유해를 DNA감식해 신원을 확인하고 북촌, 선흘 등 암매장 추정지를 연내 발굴할 계획이다.

한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제주공항 4·3 희생자 유해 발굴에서는 모두 388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92구는 신원이 확인돼 유족에게 인계됐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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