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 ‘돌고래 씨름단’ 살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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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 도심을 관통하는 태화강과 동천강에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백사장이 많았다. 이 백사장에서 씨름대회가 자주 열렸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발족된 울산시체육회가 주최한 씨름대회에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장사들이 몰려들었다. 늘 ‘구름 관중’이었다고 한다. 울산의 한 원로 체육인은 “울산은 한동안 씨름의 원조 도시였다”고 회고했다.

그런 울산에서 씨름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울산 유일의 실업 씨름팀인 ‘돌고래 씨름단’이 예산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씨름단 소속 선수는 모두 8명. 이 가운데 12월 31일자로 계약 만료되는 선수는 3명이다. 이들 3명은 최근 4, 5년간 돌고래 씨름단의 주축이자 간판선수였다. 18일 폐막된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씨름 종목에서 울산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데 돌고래 씨름단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돌고래 씨름단의 구단주는 울산 동구청이다. 동구청 예산으로 씨름단이 운영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구청은 아직까지 계약 만료를 앞둔 선수들에 대한 재계약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한 선수는 경북 의성군 씨름단으로 옮기기로 결정하는 등 선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씨름단의 재정 상태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14억 원이던 동구청의 씨름단 운영 예산은 올해 10억5000만 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동구의회는 씨름단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내년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국 최고 기량을 자랑해온 돌고래 씨름단 해체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의 조선업 불황 탓에 동구청의 세수가 줄어 씨름단 운영이 어렵다면 울산의 다른 구·군이 맡는 방법도 있다. 경기 용인시와 충북 증평군, 경북 의성군 등 씨름단을 운영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선수들의 유니폼에 그 지역 특산물 광고를 하고 있다. 3판 2선승제인 씨름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게임당 20분 안팎으로 TV에 노출되기에 광고 효과도 높다. 씨름 선수들을 통한 광고 이후 용인의 백옥쌀과 증평의 인삼, 의성의 마늘 매출이 3∼5배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울산에도 배 한우 쌀 부추 등 특산물은 물론이고 고래, 영남알프스 등 전국에 알릴 관광 상품이 많다.

씨름은 2017년 국가 무형문화재 제131호로 등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스포츠다. 우리 고유의 소중한 세시풍속도 살리고 울산 특산물과 관광 상품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울산 유일의 실업 씨름팀인 돌고래 씨름단을 살리는 데 울산시와 각 구·군, 기업체가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 씨름#돌고래 씨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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