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범죄, 매년 60건 이상 …친밀한 관계 男에 1년 평균 15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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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9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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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등촌동 살인 사건, 부산 일가족 살해 사건 등 이혼한 부인이나 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무참하게 보복하는 이른바 ‘이별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은 외국에서도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에 대한 폭력'은 같이 사는 사람들에 의해서 죽는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살인이나 살인미수가 적용된 (이별범죄) 사건만 매년 6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2014년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며 "치사나 상해 치사 같이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사건의 숫자까지 합치면 꽤 많은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등촌동 살인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가정 폭력으로 여러 번 신고가 됐던 사건으로 접근 금지 명령까지 받았던 전남편에 의해 피해자가 주차장에서 살해됐다. 결국 피해자도 가해자도 심지어 경찰도 이 비극의 결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행위들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형사가 고위험군 가정 폭력 사건에 출동했을 경우에도 현장에서 용의자의 폭력 전과 등 정확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게 돼있다. 그래서 훈계 내지는 경고 정도 하고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라고 우려했다.

피해자들에게도 법률적 허점이 있다고 한 그는 "반의사불벌죄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규정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나 고소를 취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교수는 또 "스토킹 같은 것도 현재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 8만 원만 내면 된다. 가해자가 언제든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고소의 의지를 가질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별 범죄'는 살해 위협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그는 "이별이 피해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애당초에 집착 등 위험한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가정 폭력 처벌법에 있는 반의사불벌죄를 꼭 폐지하고 상습 스토커들을 모두 구속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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