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장사로 50년 간 모은 전재산 400억, 고려대에 기부한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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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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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양영애씨 고려대 쾌척…개인 기부 역대 최고
실향민 남편·식모살이 아내, 안쓰고 불려서 모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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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50여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하게 돼 기쁩니다.”

노부부가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김영석씨(91)와 양영애씨(83·여) 내외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한다고 25일 밝혔다. 김씨 부부는 이후 시가 200억원 상당의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기부 금액은 지난 2007년 익명을 요구한 60대 여성이 시가 4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이후 역대 최고 액수다.

김씨는 강원도 평강군 남면에서 태어난 실향민으로,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17살에 월남했다. “돈을 벌어 오겠다”며 고향에 2명의 형제를 두고 떠나온 김씨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양씨는 경북 상주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23살에 김씨와 결혼했다. 결혼 후 식모살이, 식당 일 등 궂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던 양씨는 1960년대 초 종로5가에서 김씨와 함께 리어카로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매일 자정쯤 종로 5가 시장통에 도착해 과일 납품 트럭으로부터 과일을 떼어다 팔았다. 좋은 과일을 고르기 위해 같은 트럭에서 과일을 사들이는 다른 상인들보다 4시간은 일찍 움직였다.

청량리부터 서대문까지 다니는 전차 값을 아끼기 위해 1시간 거리를 매일 걷기도 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파출소 순경에게 붙잡히는 일도 다반사였다. 또 과일 장사가 끝나면 늦은 밤까지 식당 일을 하는 대신 밥을 얻어 먹고, 번 돈은 모두 은행에 저금하고, 옷이나 신발도 얻어 쓰는 등 검소하게 생활했다.

부부의 성실한 노력은 빛을 발해, 이들이 파는 과일의 질이 좋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시장 상인들의 도움을 얻어 가게도 낼 수 있었다. 개점 후 3~4시간만 지나면 과일이 전부 팔려 나갈 정도로 장사도 잘 됐다.

이렇게 모은 돈을 종잣돈으로 대출을 얻은 부부는 1976년 처음으로 청량리에 상가 건물을 매입했고, 과일장사를 계속해 빚을 갚아 나가며 주변 건물들을 하나 둘씩 사들였다. 그러면서도 입주 업체들이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임대료는 가급적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유지했다.

알뜰하고 소중하게 모은 전 재산을 통 크게 기부하게 된 배경에 대해 부부는 “오래 전 두 아들이 미국에 이민을 가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몹시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 내는 데 소중히 쓰이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기부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열린다. 이날 기부식에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등이 참석해 김씨 부부에게 기부증서와 감사패를 전달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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