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따릉이 사업 잡자” 벤처들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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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 상반기 1000대 도입… 언덕 많은 지역-고령자에 보급
“뒷바퀴 바꾸면 전기자전거 변신”… 기술 입증한 하이코어 등 도전 채비

전기자전거 부품 기업인 하이코어 박동현 대표가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변신시키는 휠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퀴살 세 부분 중 회사 로고가 적힌 것이 배터리이고 나머지 두 개가 모터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전기자전거 부품 기업인 하이코어 박동현 대표가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변신시키는 휠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퀴살 세 부분 중 회사 로고가 적힌 것이 배터리이고 나머지 두 개가 모터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시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공공 자전거 ‘따릉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은 내년 상반기에 전기자전거 1000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 이른바 ‘전기 따릉이’는 근력이 약한 노인처럼 일반 자전거를 타는 데 제약이 있는 이들을 위한 사업이다. 이용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공공·공유 자전거’라는 따릉이의 사업 목적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전기 따릉이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더 큰 목적은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따릉이는 대여 장소와 반납 장소가 달라도 된다. 그만큼 이동을 위해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택시나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증가하고 이용 대상이 확대된다면 자전거는 과거처럼 레저용에 머물지 않고 교통수단이 된다. 친환경 교통 체제는 서울시가 내세운 중요한 비전 중 하나다. 이를 위해 걷기 편한 도시를 조성하고 교통수단은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차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전기자전거 도입을 통한 자전거 이용 확대도 중요한 실천 방안이다.

전기 따릉이 도입 소식이 전해진 후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벤처기업 하이코어는 자전거 뒷바퀴를 교체해 전기자전거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했다.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한 바퀴 휠이 하이코어의 주력 상품이다. 최근 만난 박동현 하이코어 대표는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1%가 채 안 돼 10% 이상인 유럽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 따릉이는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6월부터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시속 25km 내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규정도 바뀌었다.

하이코어뿐만 아니라 국내 자전거 관련 기업들에 전기 따릉이가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관심이다. 사실 국내 자전거 판매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다. 국내 생산을 가능케 할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전기자전거 역시 일부 업체들이 해외에서 만든 중저가 제품을 수입해서 파는 수준이다.

하이코어도 한국 기업이지만 정작 국내 영업 실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 말 유럽과 미국에 2만 대가량 납품 계약을 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존 전기자전거에 비해 배터리 무게는 절반 이하로 낮추고 효율은 40% 높인 게 장점이다. 전기 따릉이를 운영하려면 배터리 충전 방식도 정해야 한다. 관리 효율성을 생각하면 따릉이 대여소에서 충전하는 것보다 배터리를 수거 후 충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배터리 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한 것이다. 하이코어 배터리 가격을 비교하면 종전 전기자전거 3분의 1 수준이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은 모터 2개를 사용하는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이다. 모터 하나는 초반 가속에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고속 구간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나뉜다. 모터 하나가 가동될 때 하나가 쉬면 그만큼 전기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이코어가 자사 기술을 사업화해서 해외 납품까지 성공한 데는 서울시 산하 창업 지원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의 역할이 컸다. 2012년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출범한 하이코어는 2014년 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신기술창업센터에 입주했고 2억 원 투자를 받았다. 산업진흥원은 2016년에는 해외전시회 참가와 시제품 제작을 지원했다. 올해도 마케팅을 위한 제품 케이스 제작, 제품 주행 테스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산업진흥원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박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업 성장을 통해 친환경 교통 체제 구축이라는 서울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전기따릉이#전기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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