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문화재 야행행사가 왜 지역마다 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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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재 야행, 무대공연중심 진행 야간투어 취지와 달라 주민들 당황
다양한 체험-공연 프로그램 도입한 여수 야행은 성공적인 평가 받아

대전문화재야행을 알리는 입간판이 행사가 끝나기도 전인 18일 오후 중교 입구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문화재야행을 알리는 입간판이 행사가 끝나기도 전인 18일 오후 중교 입구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똑같은 예산, 똑같은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사인데 지역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18일 오후 7시 대전 중구 중교로 ‘2018 대전문화재 야행―대전블루스’ 행사장을 찾은 A 씨(52·관광학 박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시가 문화재청으로부터 2억5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연 올해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를 활용한 야간 투어’라는 취지와는 달리 무대공연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A 씨는 전날 전남 여수에서 열린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온 상태. 그는 “문화재청의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은 문화재를 투어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라며 “대전은 축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충남 공주야행에서 백제차전통예절원(원장 이효천) 회원들이 방문객들에게 백제차 체험을 돕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4일 충남 공주야행에서 백제차전통예절원(원장 이효천) 회원들이 방문객들에게 백제차 체험을 돕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중교 인근에는 행사가 끝나기 전에 문화재 야행을 알리는 입간판이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었고, 일부 행사는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로 취소되기도 했다. 매 시간 30분에 출발하는 야행버스도 사전에 탑승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야행버스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야행이 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했다. A 씨는 “전국에서 우수하게 진행되는 야행을 벤치마킹하고, 전문성 있는 대행사 선정 등 대폭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열린 전남 여수 야행은 올해 첫 행사이지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수시는 이번 야행 프로그램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삶과 여정을 담겠다는 취지로, 진남관 등 문화재를 배경으로 체험, 공연, 전시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특히 방문객들에게 여수의 문화재를 단순 관람공간이 아닌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체험토록 하겠다는 목표 아래 진남관 스페셜 투어, 이순신 스탬프 투어, 좌수영 수군 야간 출정식, 문화재를 배경으로 이뤄진 무용, 국악, 버스킹, 클래식 문화공연을 펼쳐 호평받았다.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충남 공주 야행도 6월 행사보다 크게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공주시는 6월 공연 중심의 야행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공주 제민천변에 ‘청사초롱로드’를 조성하고 방문객들을 기독교박물관인 공주제일교회, 충남역사박물관, 반죽동 당간지주, 역사영상관, 중동성당, 풀꽃문학관 등을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명소마다 다양한 공연을 마련하고, 방문객들이 해당 명소에서 도장을 받아올 경우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역사영상관 정원에서는 백제차전통예절원(원장 이효천)이 달빛찻자리를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백제 전통차를 체험토록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2018년 문화재 야행 공모사업’을 실시해 22개 사업을 선정했으며 △외부 관광객 점유비율 △문화재 부각효과 및 가치상승 △야행 콘텐츠 개발 및 만족도 △지역활성화 도모 △방문객 평균 소비 지출 등을 평가해 차기 선정 여부에 반영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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