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백두산호랑이 구경하러 산골오지에 시민들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8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백두산호랑이 두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8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백두산호랑이 두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저기 호랑이 나온다!”

8일 오전 10시경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사육장의 육중한 철문이 스르르 열리자 호랑이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왔다. 수목원의 명물인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청’(13년생·암컷)과 ‘우리’(7년생)다.

이곳엔 백두산호랑이 한 마리가 더 있다. 17년생 수컷 ‘두만’이다. 사육사는 “두만은 사람으로 치면 80대 노인이라 숲에서 생활하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3마리 중 한청과 우리 둘만 방사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 호랑이는 사육장 입구에서 관람객의 관람공간까지 약 450m의 숲길을 사육사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둘은 걷는 도중 서로에게 다가가 앞발로 툭 치기도 하고 스치기도 하며 교감을 나눴다.

호랑이들은 관람 공간 근처의 그늘막 아래 자리를 잡았다. 바위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물웅덩이에 뛰어들어 목욕을 즐기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있는 곳에서 불과 1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울타리와 유리창 너머로 호랑이의 모습을 감상하던 30여 명의 관람객은 “용맹하게 잘생겼다”며 탄성을 연발했다.

8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관람객들이 호랑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8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관람객들이 호랑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전북 김제시에서 온 권윤례 씨(50·여)는 “남편과 봉화에 피서를 왔다가 호랑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수목원을 찾았다. 실제 호랑이들이 숲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개장 100일을 맞은 수목원에 연일 관람객이 붐비고 있다. 올해 5월 3일 정식 개원 이후 7일까지 모두 9만7896명이 수목원을 찾았다. 2016년 9월 2일 임시 개원 때부터 포함하면 총 방문객은 모두 25만4116명으로 집계됐다. 김민정 수목원 대외협력팀 대리는 “주말엔 하루 평균 3000명, 평일엔 400∼500명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수목원은 고산식물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생물자원의 보전·관리, 한반도 산림생태계의 핵심 축인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관리 등의 목적으로 2009년부터 2200억 원을 들여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 옥석산 일대 5179ha 부지에 조성됐다. 만병초원과 약용식물원,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등 27개 전시원에 2037종, 386만 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 봉화군, 그것도 춘양면 산골짜기의 수목원에 관람객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보다 호랑이숲의 인기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백두대간이라는 상징성을 높이고 백두산호랑이의 종을 보전하기 위해 4.8ha 규모로 호랑이숲을 조성했다. 산림자원을 활용해 호랑이의 자연 서식지에 최대한 가까운 환경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최대 10마리의 호랑이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향후 국내외에서 백두산호랑이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종자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Seed Vault)도 수목원의 소중한 자산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시설이다. 기후변화와 재난, 재해 등으로부터 주요 식물의 멸종을 막고, 식물자원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조성됐다. 지하 40m 아래 길이 170m 터널에 200만 점 이상의 종자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3312종, 4만6957점의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김용하 수목원장(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야생식물 종자를 확보해 생물종다양성을 유지·보전하는 글로벌 수목원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