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에 둘로 갈라진 대구 달서구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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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후보 나선 두 후보 신경전… 보름넘게 의장 못뽑고 개점휴업
파행 장기화로 주민들만 피해

24일 열린 달서구의회 본회의장이 의장석을 비롯해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달서구의회는 9일 첫 임시회를 연 뒤 보름 넘게 감투싸움으로 의장단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24일 열린 달서구의회 본회의장이 의장석을 비롯해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달서구의회는 9일 첫 임시회를 연 뒤 보름 넘게 감투싸움으로 의장단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 달서구의회가 의원 간 감투 싸움에 휘말려 보름 넘게 원 구성은커녕 의장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 의장 후보로 나선 두 의원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회가 개점 휴업하는 사이 산적한 각종 현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행정 공백과 주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4일 달서구의회에 따르면 9일 오전 제25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8대 전반기 의장 선출 투표를 했다. 김화덕 의원(55·여)과 최상극 의원(59)이 후보로 나섰다. 두 의원 모두 3선으로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투표 결과 12 대 12로 비겼다. 의회 회의규칙에는 3차 투표까지 비길 경우 연장자 순으로 의장을 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최 의원보다 나이가 적은 김 의원 측이 2차 투표를 보이콧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현재까지 총 12차례 본회의를 열었지만 매번 김 의원 측이 불참해 정족수 부족으로 곧바로 산회했다.

달서구의회의 이번 파행은 의원, 지역구, 정당 간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 일이다. 달서구의회는 자유한국당 13명, 더불어민주당 10명, 바른미래당 1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한국당 달서갑 당원협의회 소속인 김 의원과 달서을 당협 소속인 최 의원이 의장 선거에 나서면서 달서갑과 달서을 지역 간의 경쟁 구도가 됐다. 여기에 두 의원이 캐스팅보드를 쥔 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단 6석 중 4석을 제안한 김 의원 편에 섰다. 최 의원은 민주당에 의장단 3석을 제안했다.

1차 투표 전까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김 의원이 15 대 9로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의원을 포함한 달서갑 쪽 의원 5명(비례대표 포함)과 민주당 의원 10명의 표를 합한 수치다. 반면 최 의원은 나머지 한국당 의원 8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1명의 표를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12 대 12가 나왔다.

달서갑 쪽 한국당 의원 3명이 김 의원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투표 결과를 두고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달서갑 쪽 의원들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곽대훈 의원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달서갑에서 유일하게 김 의원과 뜻을 같이한 서민우 의원의 아버지인 서재령 전 달서구의원과 곽 의원 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많아서다. 서민우 의원은 “아버지는 이미 은퇴했고, 이번 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의 이종사촌인 김기열 의원이 등을 돌린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김기열 의원은 “김 의원이 달서갑 쪽 의원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장 선거에 나섰고,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며 “개인적인 관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편들 순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구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 행정사무감사와 추경예산안 처리가 예정돼 있고 12월엔 내년도 세입세출예산안과 제2회 추경 예산안 처리 일정이 잡혀 있다.

의회의 연간 회기 일정은 최대 110일을 넘길 수 없다. 의원들이 자리다툼을 하며 허송세월을 할수록 중요한 현안을 다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각종 현안도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다. 달서구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의정비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일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주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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