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물은 무조건 생수로 바꿨어요”… 대구 수돗물 파동 일주일째 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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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수돗물 안전성 강조해도… 시민들 “찜찜하다” 불안감 여전
대형마트 생수 판매율 급증세


“일단 입에 들어가는 건 모두 생수로 바꿨어요.”

여덟 살과 여섯 살, 세 살 난 딸을 둔 김수진 씨(33·여·대구 수성구)는 26일 아침에도 생수로 밥을 지었다. 집에 있던 정수기도 며칠째 사용하지 않고 있다. 21일 ‘대구 수돗물 유해물질 검출 파동’이 발생한 뒤부터 바뀐 김 씨의 일상이다. 김 씨는 “마음 같아선 아이들 씻길 때도 생수를 쓰고 싶지만, 물 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당분간 먹고 마시는 물이라도 무조건 생수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돗물 파동이 발생한 지 27일로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25일 환경부 차관이 직접 대구를 찾아 수돗물을 마시는 이벤트까지 벌이며 수돗물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시민들은 “그래도 찜찜하다”며 좀처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구 시민들은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사태를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구미시 구포동 두산전자 저장탱크에 있던 페놀 원액 30여 t이 새어 나와 낙동강에 흘러들었다. 오염된 물은 낙동강 하류 50여 km 떨어진 대구 취수장에도 들어왔다. 이 때문에 대구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면서 식수 대란이 일어났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대구지역 대형마트의 생수 판매량이 급증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22∼25일(의무휴무일 24일 제외) 대구지역 6개 매장의 생수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52% 급증했다. 생수 판매율은 수돗물 파동이 본격화된 22일에는 작년 같은 날보다 무려 770% 뛰었고, 23일 350%, 25일 257% 증가했다. 증가율이 점차 줄어들고는 있지만 작년보다는 생수 판매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아예 생수만 쓴다는 음식점도 생겼다.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일본식 라면 전문점 ‘라요다’는 22일 오후부터 손님들이 마시는 물은 물론이고 음식 요리에 필요한 물도 모두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육수마저도 생수로 우려낸다. 안덕훈 사장(37)은 “생각지도 못한 재료값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손님들에게 더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생수로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려견에게 생수를 먹이는 집도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주부 이정은 씨(34)는 “평소 아기 분유를 제외하곤 가족들이 옥수수차를 끓여 마셨는데 이제는 모두 생수를 마신다”며 “강아지만 수돗물을 먹일 수 없어 그동안 물통에 수돗물을 받아 주던 강아지에게도 생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문제가 된 과불화화합물 중 발암물질로 지정된 과불화옥탄산(PFOA)은 선진국의 권고 수준보다 낮고, 감시 항목인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은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어서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22일 낙동강 수질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환경당국에 유해물질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요청했다. 또 24일에는 전문가로 구성된 ‘맑은 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취수원의 낙동강 상류 이전을 포함한 먹는 물 안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24일 성명을 내고 “유해물질이 낙동강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낙동강에 설치된 보 수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취수원 이전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낙동강의 수질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질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보 수문을 열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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