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법관들 “철저 수사”… 부장판사들은 찬반 격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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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논란’ 전국서 판사회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를 형사 조치하는 것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의 소장 판사들이 4일 회의를 갖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회의는 의견 대립과 정족수 미달로 파행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서울고법 판사들도 회의를 열었지만 형사 조치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 소장 법관들 “철저한 수사 필요”

소장 법관들은 형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잇달아 결의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어 “대법원장은 향후 수사와 그 결과에 따라 개시될 수 있는 재판에 관해 엄정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배석판사들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한 형사책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며 이에 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단독판사들은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드러난 모든 의혹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 의뢰 등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수사 의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들은 “미공개 파일 원문 전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지법 단독판사들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서울고법 판사들은 회의를 갖고 “사법행정권자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을 인식하고 우려하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효적인 대책’에 수사의 필요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개개인의 의견에 대해서 공표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을 자제하고 말을 아끼면서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 부장판사 회의 정족수 미달 ‘파행’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었으나 일부 온건파 판사들이 불참하면서 시작부터 파행했다. 온건파 판사들은 강경파의 의견에 자신들의 의견이 묻힐 수 있고,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시작되자 격론이 벌어졌다. 강경파는 형사 조치 요구를 결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 온건파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잘못됐다는 의견은 표명해야 하지만 형사 조치까지 결의문에 담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오전 회의는 안건조차 정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 대신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오후 회의도 정족수(참석 대상 113명의 과반 출석)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오후 회의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참석한 부장판사들끼리만 의견을 나누다가 1시간 만에 끝났다. 회의는 5일 다시 열릴 예정이지만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40대 중후반 연령대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4∼28기가 주축이다. 중요 사건의 1심 판결을 대부분 결정하기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 차지하는 발언권과 비중이 크다.

전국의 판사회의는 5일에도 잇달아 열린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판사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서울회생법원 수원지법 대전지법도 5일 전체판사회의를 열고 사태를 논의한다. 부산지법 울산지법은 배석판사회의를, 광주지법은 단독·배석판사회의를 연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법행정권#소장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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