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저임금 방정식 산입범위 변수 생겨… 필요땐 양대 노총 위원장 만나 설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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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인터뷰

기본급만 포함됐던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에 편입되는 임금의 종류)에 내년부터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시급) 달성을 위한 기반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에도 올해(16.4% 인상한 시급 7530원)처럼 대폭 인상을 밀어붙일 수 있는 ‘포석’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진보 성향 인사로 대폭 물갈이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류장수 11대 최저임금위원장(사진)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와 정부 편일 것’이라는 전망을 강하게 부정했다.

중도보수 성향의 류 위원장은 “공익위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노사 양쪽을 모두 설득하고 양보를 유도하면서 공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 공익위원들은 10대보다 젊어졌고 정성과 열정, 공정성은 물론이고 ‘역지사지’의 정신도 갖추고 있다”며 “노사 사이에서 균형적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노사합의가 가장 좋지만, 의견 차가 커 매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률로 통과되기 마련이었다. 특히 공익위원은 정부가 위촉하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류 위원장과 함께 17일 위촉된 공익위원 8명은 모두 진보 성향이거나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류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최저임금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한 취지로 분석된다.

류 위원장은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근로자위원 3명이 사퇴하는 등 노동계가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저임금위를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양대 노총 위원장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퇴 위원들이 위원회에 돌아오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며 “‘최저임금 방정식’에 영향을 주는 변수(산입범위 확대)가 생겼지만 같이 풀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류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최저임금을 둘러싼 방정식은 산입범위 확대로 더 복잡해졌다. 일단 노동계는 당초 목표였던 1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에 포함된다면 최저임금이 1만7510원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자체 계산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다음 달 14일부터 재개될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은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의견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변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속도 조절론’을 강조하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견제하고 있다. 최저임금 협상은 기재부가 사실상 주도한다. 이에 따라 시급 1만 원 공약을 달성하려는 청와대, 여당과 기재부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경제부처도 ‘속도 조절론’을 적극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인터뷰#변수#산입범위#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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