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데이트 폭력, 경악…데이트폭력 정의·규정 현행 법령 없다고?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3월 27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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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남성이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쓰러진 여성을 질질 끌고 가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그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조명 받아 왔지만, 현행법은 피해자들에게 크게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나이로 21세라는 대학생 A 씨(여)는 지난 22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교제 3개월째 접어든 동갑내기 남자친구 B 씨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한 장면을 담은 CCTV 영상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얼굴에 멍이든 사진과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A 씨가 옷이 벗겨진 채로 B 씨에 끌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7일 A 씨는 CBS 라디오 방송서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에서 많이 알아보고 검색도 많이 해 봤는데 많은 분들이 이거(데이트폭력)를 신고 못 하는 이유가 처벌이 약해서라고 하더라. 보복이 두려우니까”라며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지난해 제공받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일어난 데이트폭력은 8367건인데, 2014년 6675건, 2015년 7692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폭력 유형으로는 폭행 및 상해가 전체의 74%인 623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체포·감금·협박(1017명), 경범 등 기타(841명), 성폭력(224명), 살인미수(34명), 살인(18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가해자 중 62.3%(5213명)는 기존에 가해 경험이 있는 이였다.

현행법에선 데이트폭력의 개념을 정의하고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 폭행·협박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다. 또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경찰의 보호 조치 대상에서 빠져있다. 범죄 가능성이 우려돼도 가해자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게 전부다. 피해자가 신변 보호 요청을 해도 인력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이와 관련해 김재련 변호사는 최근 채널A와 인터뷰에서 “반의사불벌죄 규정 자체가 규정 자체가 오히려 피해자에게는 피의자를 용서해줘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는 것 같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위 경중에 따라 처벌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심리도 위축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조성남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해자의)자존감이 낮아지고, 나중에는 ‘나는 이런 대접을 받아도 당연하다’고 여겨지게 되서 (폭력에) 무감각해진다. 상대방은 점점 더 심하게 괴롭히고 악순환이 된다”고 채널A 에 전했다.

여성 인권단체 ‘한국 여성의 전화’가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 데이트폭력 대처법에 따르면, 피해자는 우선 상대의 폭력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대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며 설득하려 해도 흔들리면 안 된다. 단 한 번의 폭력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폭력을 행했던 상대방과 단 둘이 만나는 것은 피한다.

상대방이 폭력(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을 행사한 날짜와 시간 등 사건일지를 자세히 기록하고, 문자나 메일, 대화 녹음 등 증거를 남겨둔다. 신체적·성적인 폭력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112에 신고한다.

신고하지 못한 경우에도 몸의 상처나 폭력의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병원에 꼭 다녀온다. 의학적인 증거는 48시간 안에 수집이 가능하므로 몸을 씻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간다. 되도록 병원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진단서를 끊는다. 분실의 위험을 대비해 증거물을 안전한 곳(속옷 등의 증거물은 코팅되지 않은 종이봉투)에 별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72시간 내 응급피임약 복용 등 성병·감염·임신을 피하기 위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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