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라이프]자리에 없으면 일하지 않는다? 회사의 생산성 높이기 위해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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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직원들이 ‘공장라인’에 앉아 있어야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성원이 어떻게 일하든 결과만 낸다면 용인해주겠다는 생각을 경영진이 갖는 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출발점이다.”

고순동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60·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이 유연하고 즐겁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고 대표는 미국 IBM 임원, 삼성 SDS 대표를 거친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다. 미국과 한국 기업을 오가며 여러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목격했다.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IT업계에 있었지만 2016년 한국 MS로 자리를 옮기고 놀란 일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 문화다.

고 대표는 “MS에서 입사해 가장 놀랐던 점은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는 점이었다.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고 대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쓸데없는 얘기를 하면 서로 자르고, 빠르게 결론을 내는 분위기가로 정착되는 것을 보고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MS는 2004년 ‘일하는 방식’만을 연구하는 워크플레이스리서치(Workplace Research) 조직을 만들었다. 최적의 업무 환경이 뭔지,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보고서를 만든다. 각종 제도는 전 세계 지사에 도입한다.

한국MS는 자율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당일 팀장에게 구두보고하고 실시해도 된다. 어느 누구도 늦게 출근하거나 재택 근무하는 직원을 ‘불성실하다’거나, ‘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신뢰의 문화’와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기 위해서는 직무가 명확해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확실한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MS는 본사 인사팀에서 해당 직군에 대한 업무 할당량을 제시한다. 동시에 팀장과 팀원이 1년에 2번 이상 세부 목표와 실행 과정에 대해 의무적으로 미팅하도록 한 ‘커넥트 제도’를 두고 있다.

고 대표는 “성과 목표에 대해 팀장과 팀원이 합의를 본 뒤에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명확한 워크(일)를 주고 직원 스스로 밸런스(삶)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 워라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술 인프라는 경영진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해야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화상회의나 자료 공유를 다양한 기술이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공간 디자인도 의외로 중요하다. 한국MS에는 지정 좌석이 없어 애당초 상사가 부하 직원의 출퇴근과 같은 물리적 근태를 확인할 수조차 없다. 상사 눈치를 덜 보게 되는 셈이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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