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아기 울음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요즘 집집마다 아기 울음소리보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고 합니다. 아이 낳기를 꺼리고 반려견을 키우는 집은 날로 늘고 있으니 그럴 만합니다. 2017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1.05명에 불과하고 출생아 수가 35만7700명으로 떨어졌습니다. 2016년 1.17명보다 더 낮아져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입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말 65세 이상 인구가 14.02%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속도입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수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2017년 기준 18.8명으로 생산가능 인구 5.3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생산가능 인구 4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함과 동시에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나옵니다. 일하고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들고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입니다. 저출산은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만혼(晩婚)을 더욱 부추기며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리게 됩니다. 고령 인구에 대한 복지 예산 증가로 국가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그러니 저출산 문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한 사회적 대재앙입니다.

출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가 출산, 양육, 교육, 혼인, 주거, 복지 등 생애 주기 전체에 책임감 있게 적극 개입해야 하는 국가적 문제입니다. 저출산 문제를 국가 의제로 설정하여 대응에 나선 것은 2004년부터입니다. 2005년에 적정 인구를 유지하고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만들었고, 3차에 걸쳐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을 탈출하기 위해 무려 10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출생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입니다.

그간의 노력으로 출산과 양육에 관한 제도가 개선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기반도 확충됐으며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산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설 보육비와 사교육비, 혼인 비용, 취업난과 저임금 구조, 주거 비용 등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 기존의 정부 지원 효과를 상쇄하여 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저출산은 만혼 및 비혼(非婚) 현상과 밀접히 관련됩니다. 결혼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결혼하니 출산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늦게 결혼하는 주된 이유는 안정적 일자리 부족과 감당할 수 없는 주거 비용입니다. 새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여 인구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아기 키우는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면 아기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겁니다. 아기 키우는 것이 짐이 아니라 행복인 사회를 만드는 것,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엄중한 과제입니다. 아기 울음소리는 곧 국력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교사
#고령사회#일본 초고령사회#장기 저성장 국면#잠재성장률#고령 인구#출산 문제#저출산 문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