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 길조로 사랑받는 제비가 사라지고 있다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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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제비의 모습. 광봉초등학교 오광석 씨 제공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제비의 모습. 광봉초등학교 오광석 씨 제공
경남도교육청에서는 제비 생태탐구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2017년에는 초중고교 93개 동아리의 학생 821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제비 공동조사를 통해 개체수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 결과 2014년 이래 제비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제비는 흥부전에 등장할 만큼 예부터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새입니다. 까치와 더불어 길조로 여기고 있어요. 아침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할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까치를 반겼고, ‘은혜 갚은 까치’라는 전래동화도 있어요. 제비와 까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인데 까치는 수가 늘고 있는 반면 제비는 점점 줄어들어 일부러 찾아야 볼 수 있는 새가 되었어요. 제비는 왜 줄어들고 있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새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들판의 감소, 살충제 사용 등으로 전체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어요. 더욱이 제비는 사람 집에 둥지를 짓는데 우리의 거주 형태 변화 요인이 겹쳐서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까치는 경쟁 상대인 까마귀가 줄어들자 늘어났다고 해요. 그리고 잡식성이라서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죠.


왜 제비는 사람 집에 둥지를 지을까요? 일반적인 가설은 천적을 피해 사람들의 집으로 들어왔다고 해요. 2013년 중국 학자들은 탁란(托卵) 때문이라는 새로운 설을 제시했어요. 탁란은 내가 새끼를 키우지 않고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몰래 낳아서 그 새가 내 새끼를 기르게 하는 것이죠. 탁란을 하는 새들은 의외로 많아요. 주로 두견이, 뻐꾸기 등이 많이 알려져 있고, 일부 오리들도 탁란을 해요. 그리고 어떤 새들은 동족끼리도 탁란을 하기도 하죠. 보통 뱁새라고 하는 몸길이 13cm 정도의 아주 작은 붉은머리오목눈이도 탁란을 해요. 탁란을 하는 이유는 추측하건대 둥지가 갑자기 망가지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뱁새들은 집단을 이루며 살기 때문에 같은 집단에 있는 암컷에게 탁란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탁란으로 악명이 높은 뻐꾸기는 주로 이 뱁새의 둥지를 이용해요. 그래서 커다란 뻐꾸기 새끼를 작고 앙증맞은 뱁새가 먹이를 주는 눈물겨운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뱁새가 왜 뻐꾸기 알을 품어 기를까요? 모든 뱁새가 같은 색의 알을 낳지는 않아요. 신기한 것은 뻐꾸기는 탁란을 하려고 하는 뱁새와 같은 색의 알을 낳는다는 것이에요. 기가 막힌 수법이죠. 어미 뱁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몇 개를 버리고 얼른 자기 알을 낳고 도망가죠. 뻐꾸기 알이 뱁새 알보다 먼저 부화를 해요. 얘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뱁새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버젓이 뱁새 어미한테 먹이를 얻어먹으면서 큽니다.

탁란을 하는 뻐꾸기들은 사람 집 근처에 둥지를 잘 틀지 않아요. 이 때문에 제비들이 탁란을 피해 사람 집에 둥지를 틀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사람 집에 둥지를 짓는 이런 특성 때문에 예부터 제비와 인간의 관계는 각별했죠. 저도 제비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에요. 안방 천장에서 실 같은 것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여 의자를 가져와 올라가서 보니 구더기였어요. 쥐가 천장에서 죽어 구더기가 생겼는데 나무로 된 천장 틈 사이로 빠져나온 것 같았어요. 그때 처마 밑 제비가 생각났어요. 핀셋으로 구더기를 잡아 제비집으로 갔어요. 한 새끼 제비가 제가 주는 구더기를 잘 받아먹었어요. 그 이후로 구더기를 계속 줬죠. ‘제순이’라고 이름도 붙여줬어요.

시간이 흘러 제비들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컸어요. 그날은 비가 와서 제비들이 어미와 함께 처마 밑 빨랫줄에 줄지어 앉아 있었어요. 그 많은 제비 중 제순이가 눈에 확 띄었어요. 무엇인가에 홀린 듯 다가가 손을 내밀었어요. 제순이와 전 눈이 마주쳤어요. 제순이는 날개를 펄럭이며 제게로 날아와 손 위에 앉았어요. 아마 3초도 안 됐을 것 같아요. 서로 눈을 마주 보았어요. 제순이는 마치 그동안 고마웠다는 듯 손바닥을 콕콕 부리로 두드리더니 다시 빨랫줄로 날개를 펄럭이며 돌아갔어요.

그 뒤로 저는 동물을 볼 때 눈을 먼저 봅니다. 눈을 보면 저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죠. 그리고 그 전에는 동물을 사물처럼 봤다면 그 후로는 동물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었어요.

인천 강화도 서쪽 섬인 교동도는 북한과 지척이라 6·25전쟁 때 내려온 피란민이 많아요. 이들을 중심으로 생긴 대룡시장은 아직도 1960, 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교동대교가 생긴 후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오고 있어요. 특히 이곳에 가면 제비집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은 대룡시장의 또 다른 볼거리라고 해요. 저처럼 제비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교동도에서 제비를 보는 것은 막연히 옛날에 대한 향수가 아닙니다. 제비가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죠. 제비가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제비 생태탐구#제비#흥부전#철새#까치#이상기후#제비 둥지#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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