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만나다… 세계 상장례 유물 5000점 빼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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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년 용인 예아리박물관
본관-효예절체험관-카페로 구성
90m 정조대왕 국장행렬 미니어처등… 16개국 신기한 유물-자료 전시
카페서 커피 마시면 관람 무료

세계 상장례 유물 5000여 점을 보관 전시하는 경기 용인 예아리박물관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박물관이다. 남미 피라미드 구조를 
연상시키는 전경 모습(사진 [1])과 박물관 1층에 전시된 물고기 독수리 게 사자 모양 관(사진 [2]). 아프리카 가나에서 실제
 사용한 것들이다. 페루 잉카문명에서 태양신에 제물로 바치는 어린이의 얼굴 가리개로 쓰인 청동과 금동 가면(사진 [3]).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세계 상장례 유물 5000여 점을 보관 전시하는 경기 용인 예아리박물관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박물관이다. 남미 피라미드 구조를 연상시키는 전경 모습(사진 [1])과 박물관 1층에 전시된 물고기 독수리 게 사자 모양 관(사진 [2]). 아프리카 가나에서 실제 사용한 것들이다. 페루 잉카문명에서 태양신에 제물로 바치는 어린이의 얼굴 가리개로 쓰인 청동과 금동 가면(사진 [3]).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사람이 죽고 나서 고인을 보내는 일련의 상장례(喪葬禮) 문화는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방식이나 예법은 시기별 지역별로 다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적 특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계 각국 상장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이색 박물관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에 있다. 예가 있는 아름다운 울타리를 뜻하는 예아리박물관이다. 2013년 4월 문을 열었지만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박물관 건립은 임호영 관장(42)의 선대인 임준 회장의 뜻이었다. 1991년부터 장례용품 회사를 운영한 임 회장은 생전에 국내외를 다니며 관련 유물과 자료를 수집했다. 지금의 박물관 터 3만3000m²(약 1만 평)도 마련했다. 임 관장은 “선친은 재산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세계의 상장례 문화를 후대에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6년 갑작스레 작고해 임 관장이 유지를 이어받아야 했다. 당시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민족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임 관장은 어렵사리 7년 만에 문을 열었다.

예아리박물관은 본관과 효(孝)예절체험관, 카페로 이뤄져 있다. 세계 16개국 유물 약 5000점을 보관 또는 전시하고 있다. 본관 1층을 들어서면 아프리카관이다. 자동차 배 비행기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는 물론이고 물고기 독수리 사자 게 등 우리에게는 생경한 모양의 형형색색 관들이 있다. 이들 관은 가나에서 실제 사용됐다고 한다. 고인이 생전 갖거나 타보고 싶어 한 것들과 부족의 수호신 격인 동물이라는 설명이다. 망자 얼굴에 씌워 악귀를 쫓는 코트디부아르의 문어가면과 다양한 껴묻거리(부장품·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도 볼 수 있다.

남아메리카 페루의 ‘죽음의 가면’도 인상적이다. 청동과 황금으로 된 가면 2개는 어린아이 얼굴 크기다. 다양한 문양과 장식이 돼있다. 잉카문명에서 태양신에게 어린이를 제물로 바치는 희생 의식 때 쓰인 얼굴가리개 진품이다.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1900∼1950년대 사용된 가마 모양의 좌식(坐式) 상여와 전통가옥 형태 상여, 신사(神社) 모양 영구차도 볼 수 있다. 일본장례협회가 기증했다.

독수리가 망자의 시신을 뜯어 먹는 조장(鳥葬)의 한 가지인 티베트 천장(天葬) 문화도 소개한다. 고산지대라서 건조해 시체가 썩지 않고, 지반이 단단해 매장도 힘들어 생겨난 장례법이다. 중국 금나라 때 묘에서 출토된 독수리상과 청동검 같은 껴묻거리도 있다.

2층 한국관에서는 청동기시대 대형 옹관부터 구한말 전남 진도 상여, 경주 최씨 상여를 비롯해 백자로 된 부장품들이 눈에 띈다. 최고의 볼거리는 조선 제22대 정조대왕 국장(國葬) 행렬을 8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미니어처다. 총길이가 90m다. ‘정조대왕국장도감의궤반차도(正祖大王國葬都監儀軌班次圖)’를 바탕으로 3년간 고증과 수작업을 거쳐 인물 1384명과 말 341필, 가마 20채, 기물 및 의상 6000벌을 제작했다.

유물 수집과 건축 조경 등으로 100억 원이 투입됐지만 매년 적자다. 지난해부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 관람료는 무료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계절별로 딸기 포도 땅콩 고구마 김장 체험도 연다. 덕분에 지난해 1만6000명이 다녀갔다. 최근 경기도로부터 박물관 활성화 유공자 표창도 받았다. 임 관장은 “상장례는 시대의 효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 관람객이 삶과 죽음, 인생을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상장례#유물#용인#예아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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