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 장면들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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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숨은 기자’→ 실제론 진료실서 취재… 칠판에 ‘보도지침’→언론 저항 극적 표현

‘1987’ 영화 중 신문사 간부가 편집국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지우며 사실대로 보도하라고 지시하는 장면. 당시 보도지침은 존재했지만 칠판에 적혀 있지는 않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87’ 영화 중 신문사 간부가 편집국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지우며 사실대로 보도하라고 지시하는 장면. 당시 보도지침은 존재했지만 칠판에 적혀 있지는 않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극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 픽션이 가미됐다.

영화에서 중앙대 용산병원 의사 오연상 씨는 화장실에 왔을 때 경찰 감시를 피해 오랫동안 화장실에 쪼그리고 숨어 있다가 나온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에게 ‘물고문 사망’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1999년 사망한 윤 기자는 생전 특종기에서 진료실로 밀고 들어가 설득해 물고문을 암시하는 용감한 증언을 받아냈다고 적었다.

신문사 편집국 칠판에 분필로 적혀 있는 ‘보도지침’을 사회부장이 박박 지우며 사실대로 기사를 쓰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서슬 퍼런 보도지침은 당시 분명히 존재했지만 편집국 칠판에 공공연히 적혀 있진 않았다. 통제는 보이지 않게 이뤄졌다는 게 당시 기자들의 증언이다.

영화에는 경찰이 신문사 사무실 내부에까지 난입하고 최루탄을 쏘아 아수라장이 된 장면도 나온다. 실제로는 기자들이 데모 현장에 나갔다가 최루탄으로 범벅이 돼 신문사로 복귀하곤 했다고 한다.

박종철 씨 부모와 누나가 부산에서 올라와 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것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은 슬픔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다. 부친 박정기 씨는 그해 1월 14일 경찰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오면서 기차에서 듣게 되고 이튿날 집으로 전화해 영정용 사진을 가져오도록 했다.

또 영화에선 당시 치안본부장이 부검의 황적준 박사에게 사인을 ‘심장마비’로 해달라는 압박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자 황 박사가 이를 거부하는 장면도 나온다. 황 박사가 어떤 회유와 압박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황 박사는 ‘물고문 치사’를 적시한 동아일보 기사(1987년 1월 16일자)를 보고 진실은 감출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 감정서는 사실대로 기술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후에 황 박사의 일기가 동아일보에 공개돼 치안본부장 개입이 드러나 구속된다. 당시 최환 공안부장은 영화에선 곧장 사표를 내고 변호사가 된 걸로 나오지만 고검장까지 지낸 뒤 검찰을 떠났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박종철#박종철 고문치사#영화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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