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꿔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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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열풍 일으키며… 박종철기념사업회, 청와대에 청원
부산 혜광고 동문 주축으로 추진… 2월 1일까지 20만명 서명 목표

지난해 1월 14일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 행사. 이날 혜광고 28기 동기들이 ‘친구 종철이를 그리워하며’를 제목으로 한 음악회와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김상준 28기 동기회장 제공
지난해 1월 14일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 행사. 이날 혜광고 28기 동기들이 ‘친구 종철이를 그리워하며’를 제목으로 한 음악회와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김상준 28기 동기회장 제공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국민청원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운영하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바꿔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11일 오전까지 4676명이 서명했다. 다음 달 1일까지 20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가해자인 경찰이 남영분실을 운영하는 건 맞지 않다. 박 열사의 뜻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청원운동은 기념사업회와 박 열사의 모교인 부산 혜광고 동문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1987’이 상영되고 있는 서울, 부산의 일부 극장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지인들에게도 알리고 있다.

대공분실이 박 열사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비롯해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수난을 당한 이들의 아픈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재정권의 부당한 폭력에 아직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고문치유센터’도 설치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국민청원추진위원장을 맡은 김승주 혜광고 37기 동기회장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시민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 청원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혜광고 동문들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남영분실 운영과 관련된 기관장을 면담해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SNS를 통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이 과거사 청산 사업을 목적으로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층 조사실이 일반에 공개되고 박종철기념전시실이 설치되긴 했지만 성희롱 상담센터, 고객만족모니터센터 등 경찰 행정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상준 혜광고 28기 동기회장은 “긴 세월 종철이를 그리워하는 많은 친구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국민의 큰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8기 동기회를 중심으로 한 혜광고 동문들은 조만간 박종철기념사업회 부산지사를 설치할 예정이다. 추모식, 장학금 전달 등 여러 행사가 서울, 부산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회는 서울 용산구에 있다.

이와 함께 박종철 장학금도 키워 나갈 예정이다. 28기 동기회는 2010년부터 동문 성금을 모아 매년 6명의 후배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회장은 “장학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종철이의 뜻을 널리 알리도록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후진국에 설립하는 등 여러 기념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런 다양한 논의는 14일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행사 이후에 더욱 구체화한다. 기념사업회, 시민단체, 혜광고 동문들은 14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된 박 열사를 참배한 뒤 오후에는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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