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늦깎이 배움’ 열기 뜨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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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평생교육기관 15곳서 농어촌 어르신들 자기계발 구슬땀
한글 깨치고 중고교 진학 활기

전남 곡성군은 지난달 말 석곡·옥과중학교에서 인생쓰기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8일 밝혔다. 인생쓰기는 문해 교육을 받은 노인 32명이 자신의 삶을 적고 석곡·옥과중 학생 60명이 받아 적은 자서전이다. 곡성군 제공
전남 곡성군은 지난달 말 석곡·옥과중학교에서 인생쓰기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8일 밝혔다. 인생쓰기는 문해 교육을 받은 노인 32명이 자신의 삶을 적고 석곡·옥과중 학생 60명이 받아 적은 자서전이다. 곡성군 제공
농촌과 노인 인구가 많은 전남에서 글을 배우려는 늦깎이 배움 열기가 뜨겁다.

8일 전남도 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문자해독(문해·文解) 교육을 받으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는 도내 평생교육기관은 목포공공도서관, 여수 문수종합사회복지관 등 15곳이다.

한글 외에 금융, 교통, 정보화교육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문해 교육은 학력취득, 자기계발 등 2개 과정으로 나눠진다. 문해 교육을 통해 초등학교 학력을 취득한 노인은 2014년 107명, 2015년 151명, 2016년 243명, 지난해 185명이었다.

고흥평생교육관은 도내 평생교육기관 중 유일하게 중학교 학력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중학교 졸업생 10명을 처음으로 배출했고 다음 달 7일 11명이 졸업한다. 이들 가운데 9명은 고흥 영주고교에, 1명은 순천통신고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고흥 영주고교에 진학하는 설혜숙 씨(60·여)는 “배우는 3년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행복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흥평생교육관에서는 현재 평균연령 70세 안팎인 노인 37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6과목을 1주일에 17시간씩 연간 총 450시간 배운다. 고흥평생교육관이 중학교 과정을 운영하게 된 것은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고흥군은 주민 6만6736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2만5496명(38%)으로 전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고흥평생교육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고령이지만 학구열만큼은 뜨겁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문해 교육을 통해 자기계발을 돕는 기관과 교육인원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중학교 학력 미만 인구는 전국적으로 157만 명(13.1%), 전남은 37만 명(26.5%)으로 추정된다. 전남의 비율이 높은 것은 고령화와 농어촌이 많은 지역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남에는 문해 교육을 통해 글을 배워 일기나 책 등을 쓰며 자신감을 키우는 노인들이 많다. 곡성군은 2006년부터 문해 교육을 통해 노인 1300여 명에게 글을 가르쳤다. 올해는 30개 마을에서 문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곡성군은 문해 교육을 받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인생쓰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석곡중학교에서 어르신을 위한 출판기념행사가 열렸다. 곡성군 관계자는 “행사장은 1년 동안 글을 배우면서 일기나 책을 쓸 수 있다는 성취감으로 가득했다”며 “면사무소나 은행 등 기관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도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늦깎이 배움#전남도 평생교육진흥원#고흥평생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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