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너지 전환]심혈관계 질환 유발, 사망률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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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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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표면에 쌓인 먼지를 보면서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고 안개가 낀 날에 뿌연 하늘을 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다고 잘못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먼지는 대부분 코와 입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건강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사실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다. 공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다 폐의 깊숙한 부분까지 도달해 폐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일부는 혈액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호흡기계 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것은 그것이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미세먼지로 인해 폐기능이 약화되고 폐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미세먼지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염증 반응, 산화스트레스와 혈액 응고 능력의 변화, 자율신경계 작동 저하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짧은 시간 노출되면 기침을 하거나 호흡이 곤란해지고 천식이 악화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기관지염이 증가하고 폐기능이 감소하며 폐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에 의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미세먼지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국제암연구소와 세계보건기구는 대기오염에 존재하는 미세먼지 자체를 확실한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를 남 탓으로 여긴다. 특정국가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그에 맞는 용어를 만들어 마치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호도한다. 물론 먼 거리에서 이동하는 미세먼지의 비중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우리 주변 여러 곳에서 미세먼지가 발생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충청남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이유는 화력발전소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경우 마치 경유자동차만이 문제인 것처럼 인식한다. 경유나 휘발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모두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또 들판에서 쓰레기나 농업폐기물을 불법 소각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태우는 것은 유독한 발암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마땅한 잘못된 습관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90% 가까이 된다. 이렇게 오래 머무는 장소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노출되는 절대량이 늘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실내 환경에서 흡연까지 이루어진다면 이때 발생하는 많은 미세먼지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때 고등어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국민 대부분은 값싸고 맛 좋은 국민 생선이 어떻게 그토록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사실 고등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고등어를 포함한 음식 재료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실내에 머물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부분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창문을 닫고 있어도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또한 마스크는 얼굴과 틈이 없어야만 효과가 있다. 공기청정기도 안심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국민 모두 생활 속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 양식을 바꾸어야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옅어질 것이다. 정부 정책과 국민 참여가 동시에 진행돼야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미세먼지#에너지 전환#심혈관계 질환#호흡기계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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