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역서 열차 타고 파리 가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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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철도 추진 양기대 시장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KTX광명역을 북한 개성역과 연결하는 ‘유라시아 고속열차역 육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KTX광명역을 북한 개성역과 연결하는 ‘유라시아 고속열차역 육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양기대 광명시장(55)의 명함 뒷면에는 ‘고속열차 승차권’이 인쇄돼 있다. ‘광명(Gwangmyeong)→파리(Paris)’. 경유역은 개성과 모스크바. 탑승 시간은 2022년 1월 1일 00:07. 가격은 73만4500원이다. 2014년 17대 광명시장에 재선한 뒤 양 시장은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고속열차 출발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정치인의 거짓말”이라는 둥 “미쳤다”는 둥 말이 많았다.

하지만 18, 19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북한 문웅 단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공기가 살짝 바뀌었다. 북한 측도 관심을 보이는 철도 연결을 위해 ‘개성 철도를 한국 연구진이 둘러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광명역을 시작으로 김포공항역, 일산 대곡역, 파주 문산역, 도라산역, 개성역까지 가는 노선을 상상해 보세요.”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양 시장은 “문 단장은 북한 4·25체육단장을 맡은 차관급이다. 귀국한 뒤에 상급기관에 보고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양 시장은 “도라산역과 개성이 연결되면 평양을 거쳐 베이징과 모스크바까지 비행기가 아닌 열차로 갈 수 있다. 나진∼중국 훈춘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도 이어진다”며 손으로 만주와 시베리아 대륙을 그려 보였다.

지난해 광명시가 중국 단둥(丹東)시 훈춘(琿春)시, 러시아 하산 이르쿠츠크시, 몽골 울란바토르시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공을 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양 시장은 “김일성 집권 때부터 북한은 남북 철도 연결에 관심을 보였다. 체제를 개방하지 않고도 통행료로 각국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노후한 철도 현대화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도로 유럽까지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만큼 중국 자본은 물론 일본 자본이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양 시장의 관측이다. 양 시장은 “처음은 화물만 오가겠지만 일자리 창출과 자본 투자가 연이어 이뤄지면 결국 사람이 오고 가는 시대도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고속열차가 꿈만이 아니라는 것은 양 시장이 재임 기간 광명에서 거둔 성과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2011년만 하더라도 허허벌판이던 광명역 주변은 2012년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들어오면서 광명에 일자리 1300개를 안겨줬다. 양 시장의 ‘작품’이다. 1972년부터 폐광 신세이던 광명동굴을 2011년 1월 43억 원에 사들여 명품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양 시장이다. 일 년 내내 영상 12도를 유지하는 광명동굴은 천연 와인셀러다. 전국 175종의 와인을 판다. 2015년 유료 개방한 뒤 바비인형전(展)과 프랑스 라스코 전시관 등이 히트를 치면서 관광객이 늘어 올해까지 수입만 150억 원이 넘는다.

양 시장은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해철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과 3파전 양상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광명역#열차#승차권#유라시아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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