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 교수 “해경 늑장출동 해명, 말도 안 돼…레이더 없는 배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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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5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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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된 낚싯배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남동쪽 1.9km 해상에서 급유선과 부딪혀 침몰한 낚싯배 선창1호를 바지선 타워크레인이 들어올리고 있다. 해경과 해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선장 오모 씨 등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 영흥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양된 낚싯배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남동쪽 1.9km 해상에서 급유선과 부딪혀 침몰한 낚싯배 선창1호를 바지선 타워크레인이 들어올리고 있다. 해경과 해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선장 오모 씨 등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 영흥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와 유류운반선이 추돌한 사고와 관련해 해경의 늑장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경 측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앞서 영흥파출소는 최초로 신고가 접수된 지 37분 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잠수와 수색이 가능한 평택 해경구조대와 인천 해경구조대는 1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골든타임인 30분~1시간을 넘긴 것.

늑장 대응 논란이 거세지자 해경은 지난 4일 3차 브리핑을 통해 출동 지시받고 구조보트 장소에 도착했으나 구조보트가 주위 민간선박과 함께 계류돼 이를 이동조치하느라 13분이 지연됐고, 야간 항해 위한 레이더가 없어 보트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육안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평택 해경구조대가 배치된 제부도에서 사고 지점 간 최단거리는 양식장이 산재하고 수심이 낮아 저시정에서 운항이 불가해 입파도 남쪽으로 우회했다고 설명했고, 인천 해경구조대의 경우 보유한 보트 두 척 중 야간 항해 장비가 있는 신형은 고장, 수리 중이었고 가동 중인 구형 한 척으로 사고 해역까지 항해하는 것은 위험하고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육상으로 이동해 영흥파출소에서 민간구조선을 통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김길수 교수는 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해명이라고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배 중에 레이더가 없는 배가 어디 있느냐”며 “해경 구조선 같은 경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항해를 구조하러 가야 하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못 갔다고, 고장이 나서 못 갔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같은 경우에도 골든타임이 한 30분 내지 1시간, 만약 구조대가 1시간 내에 도착했으면 더 많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 그런 면에 있어서 해경이 정확하게 세월호 이후에도 대응책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낚싯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낚싯배 자체를 고급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낚싯배 자체가 강화유리섬유로 되어 있는데 이게 너무 약하고 불도 잘 난다. 그래서 이것을 철선이나 알루미늄선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된다”며 “어선이 낚싯배가 되기 위해서 10톤 이하여야 한다. 여기에 20명을 태우니까 인명사고에 취약하다. 그래서 20톤 정도로 좀 대형화시켜서 약간 비용이 들더라도 낚시어선 자체를 고급화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항내 속도 규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항 내에서는 속도 규제를 한다. 속도를 초과하면 고소고발을 하는데 항을 빠져나가면 속도 규제가 없다. 인천이나 전라도 해안 같은 경우는 섬이 많기 때문에 속도 규제를 어느 정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해경의 인력이나 장비가 아주 낙후되어 있다. 그런데 해경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잘 안 주려고 그런다. 그래서 안전 관련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과감하게 예산을 좀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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