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알프레드 노벨의 유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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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연휴를 지내는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9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를 끝으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문학상 등 수상자들이 모두 확정됐습니다. 노벨상을 통해 인류의 진보와 평화에 기여한 업적이 또다시 축적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년에는 작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주요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우리 문학 작품이 세계의 언어로 번역되어 빠르게 퍼져나가는 등의 진전이 있습니다.

우리 교육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19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은 우리 교육의 지향점을 예견한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사회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고 습득하는 수동적 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탐구하고 질문하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새로운 공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 이후 상상력을 자극하고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육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런 잠재성 높은 인재를 선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공동연구자가 눈에 띄게 많음을 느낍니다. 과학부문 수상자 모두 삼총사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모두 3명의 연구자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융합적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부터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학문의 융합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중고교에서도 팀 프로젝트가 일반화했습니다.

1901년부터 시작돼 권위와 전통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겨준 진정한 유산은 무엇일까요.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러시아, 프랑스, 미국에서 기초 공학과 화학을 공부한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해 1867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노벨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 앞에서 노벨상을 만들게 됩니다. 1888년 프랑스의 한 신문 보도를 보고 노벨은 충격을 받습니다. 제목은 “다이너마이트로 부자가 된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사실 그의 형제 루트비히 노벨의 사망을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보도한 신문사의 실수였지만, 알프레드 노벨은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진짜 죽으면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확인하게 된 노벨은 삶을 되돌아보고 과학자로서의 중요한 가치 판단을 하게 됩니다. 재단을 만들고 인류의 복지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위해 상을 제정한 것입니다.

죽음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벨상은 성찰의 상인 동시에 인류애의 상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노벨이 남긴 진정한 유산은 재산이나 상 자체보다는 인간의 품격과 도덕적 의무, 그리고 따뜻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요.
 
박인호 용인외대부고 교사
#노벨상#알프레드 노벨#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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