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동서남북]혼란 가중시키는 ‘제주 대중교통 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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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영·광주호남취재본부
임재영·광주호남취재본부
제주도가 대중교통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 지 26일로 한 달이 됐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바꾼 교통 체계는 과연 성과를 냈을까.

시행 초기이긴 하지만 혼란과 불편은 예상보다 컸다. 대중교통상황실과 120콜센터에 접수된 불편신고나 상담이 2만1000여 건에 달했다. 제주도 등 관계기관의 홈페이지에는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운행 버스 규모와 노선, 시간 등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제주시 도심 중앙차로제 구간은 시행조차 못 한 채 시설공사가 늦어져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이번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핵심은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제주시 번화가에 중앙차로제와 가로변차로제 등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처음 도입하고 시내 및 시외버스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18%에 머물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3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제주지역은 관광객과 이주민 유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교통체증, 불법 주정차, 교통사고 등 문제가 심각해졌고 일부 도로의 통행 속도는 서울 도심권 평균 속도보다 느려졌다.

더 방치하면 ‘교통 불통’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대중교통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지만 ‘3년을 준비했는데 이 정도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곽지역 학생들은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등교하거나 환승 정류소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기 일쑤다. 신축 정류소를 없애고 다시 지어야 하는 예산낭비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라는 알쏭달쏭한 문구가 버스에 부착됐다가 사라졌고 ‘30년 만의 대중교통 개편’이라고 홍보했는데 왜 30년 만인지를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허둥지둥했다. 출발지와 도착지, 통행시간, 통행목적, 이용 교통수단 등을 파악하는 통행 특성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기초 조사도 부실했다.

도시 전체 차량 가운데 10% 정도가 도로를 주행한다는 자료를 감안한다면 제주는 36만 대 가운데 3만6000대가 운행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렌터카 3만 대가 함께 돌아다니면서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렌터카 총량제 도입 등 정책을 정비하고 관광객 등의 이동을 위해 제주공항 버스 노선을 먼저 조정하고 증차 등을 추진한 뒤 성과를 보면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교통 문제 해결의 순서였다.

새로운 대중교통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지만 너무나 비싼 비용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버스가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대중교통 체계는 ‘개악’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임재영·광주호남취재본부 jy788@donga.com
#제주 대중교통#제주 대중교통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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