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작을수록 위험하다… 미세 플라스틱의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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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섬유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기다란 실처럼 보인다. ⓒM.Danny25(wikimedia)
미세섬유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기다란 실처럼 보인다. ⓒM.Danny25(wikimedia)
래만 해도 미세 플라스틱이?

치약 안에 있는 작고 알록달록한 알갱이를 본 적 있나요? 제품 뒷면에 ‘폴리에틸렌’이 쓰여 있다면 미세 플라스틱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져요. 그중에서도 처음부터 작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1차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해요.

그런데 미세 플라스틱이 각질이나 치석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치약과 세안제, 스크럽 제품 등에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에 쓰이는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1mm보다 작기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2차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해로 만들어지죠. 해변을 뒹굴거나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파도와 산소, 자외선 등에 의해 분해돼요. 이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자외선이죠. 햇빛에 노출된 플라스틱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매끈한 표면이 가뭄이 든 땅처럼 거칠게 갈라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갈라진 표면이 과자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가 미세 플라스틱이 된답니다.

집에서 생기는 2차 미세 플라스틱도 있어요. 바로 옷이에요. 옷은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어졌어요. 폴리에스테르와 아크릴 등 합성섬유에 사용되는 물질들은 플라스틱과 같은 성분이에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온답니다.

영국 폴리머스대 연구팀은 빨래를 할 때 얼마나 많은 미세섬유가 나오는지 실험해 봤어요. 일단 아크릴 옷과 폴리에스테르 옷, 폴리에스테르와 순면이 섞인 옷 등 세 분류로 구분했어요. 이를 각각 6kg씩 세탁기에 넣어 30∼40도의 물에서 빨래를 했죠. 그리고 세탁기 밖으로 나오는 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했어요. 그 결과 아크릴 옷의 경우 약 73만 개의 미세섬유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폴리에스테르는 약 50만 개, 순면을 섞은 옷에서는 약 20만 개의 미세섬유가 나왔답니다.

석유에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 기본 재료인 플라스틱 펠릿. ⓒ이윤선 기자
석유에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 기본 재료인 플라스틱 펠릿. ⓒ이윤선 기자

○ 미세 플라스틱, 작을수록 독성은 강해진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얻은 여러 분자를 결합해 만든 화합물질이에요. 그래서 기름 성분과 친하죠.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속에 들어가면 독성 물질이 붙어 둘러싸면서 점점 독성이 강해지지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플라스틱은 만드는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이 더해져요. 석유에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기본 재료인 ‘펠릿’은 딱딱해요. 이 펠릿을 원하는 모양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들어야 해요. 이때 넣는 물질이 ‘프탈레이트’ 같은 가소제랍니다.

프탈레이트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에요.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 내분비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요. 이렇게 독성이 강해진 미세 플라스틱은 동물의 위 속에 들어가 독성 물질을 내뿜어요. 그 결과 나쁜 성분이 몸으로 흡수돼 건강을 해치게 된답니다.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가 점점 작아질수록 몸속으로 들어가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커지죠.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나노’ 크기로 더 작아지면 위험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우려합니다. 나노 플라스틱은 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플라스틱을 말해요.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은 세포의 막을 통과할 수도 있어요. 만약 독성을 가진 나노 플라스틱이 세포막을 통과해 뇌 속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면 건강에 아주 나쁘겠죠.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환경부가 제품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계 산 해 탄소 발자국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1000여 개의 제품이 인증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환경부가 제품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계 산 해 탄소 발자국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1000여 개의 제품이 인증된 상태다.

○ 플라스틱 발자국을 줄여야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면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을 줄여야 해요.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을 하더라도 한 번 쓰고 나면 쓰레기가 되거든요. 페트병만 하더라도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450년이나 걸려요.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은 점점 늘고 있답니다. 2012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2억8000만 t으로, 60년 새 170배나 증가했어요. 2050년에는 한 해 동안 330억 t씩 만들어질 것으로 추측된답니다.

버려지는 양도 어마어마해요. 미국 조지아대의 제나 잼벡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500만∼1300만 t이에요. 잼벡 박사는 “사람이 바다를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쓰레기로 꽉 찬 비닐봉지 5개가 생길 정도로 많은 양”이라고 말했어요.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사용량을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발자국’이에요. 플라스틱 발자국은 2012년 유엔환경계획이 제안했어요. ‘탄소 발자국’과 같은 개념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사용된 플라스틱의 양을 꼼꼼하게 알아보자는 거예요.

탄소 발자국은 상품을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에요. 숫자가 클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이지요. 사람들은 물건에 표시된 탄소 발자국을 보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킨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 발자국도 제품에 플라스틱 발자국을 표기해 놓으면 사람들은 사용하는 제품에 플라스틱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럼 되도록 플라스틱을 적게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려 할 것이고, 결국 이런 노력들이 모이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거예요.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7월부터 화장품을 만들 때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했답니다.
 
이윤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etiteyoon@donga.com
#미세 플라스틱#플라스틱은 석유#펠릿#플라스틱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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