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중위 父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읽고 자살 결심했다고 황당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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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4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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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문사 사건의 상징이었던 김훈 중위(육사 52기·당시 25세)가 사망한지 19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은 가운데, 김 중위의 부친인 김척 예비역 중장(육사 21기·75)이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없어져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예비역 중장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군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두는 것은 국가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없어지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 다음 김 중위는 명백한 타살이기 때문에 꼭 재조사하도록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 중위가 숨진 것은 소대원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적과 내통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이로인해 해당 부대 지휘관뿐 아니라 장관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국방부가 총력을 기울여 김 중위를 자살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중위의 순직이 인정됐어도 사인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며 “국방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번 자살로 된 것은 바꾼 적이 없다. 그것이 정말 적폐 청산할 대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중위가 타살됐다는 여러 정황증거를 열거하면서 "(그런데도)자살동기는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자살을 결심했다고 이렇게 황당한 조작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김 예비역 중장은 “국군 통수권자의 별도의 조사 지시만 있으면 더 오래 된 사건도 조사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억울한 사건, 타살이 명백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도록 건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중위 사건엔 군 의문사의 모든 적폐가 포함돼 있다. 김 중위 사건을 똑바로 펼쳐야 다른 사건들도 그렇게 진상조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근무지였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경계초소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권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국방부는 현장의 권총과 탄피 등을 근거로 김 중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1998년 미국 육군 범죄수사연구소와 1999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사건 현장 유류품 감정 결과 오른손잡이인 김 중위의 오른손에선 뇌관화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뇌관화약 성분이 검출된 것은 그의 왼손이었다. 뇌관화약은 권총을 발사할 때 연소되고, 그 남은 성분은 탄피 배출구로 배출된다. 이때 남은 성분은 양이 적기 때문에 방아쇠를 격발한 손 주변에만 남게 된다.

이밖에도 김 중위의 손목시계가 파손돼 있는 등 현장에서 발견된 반항 흔적으로 인해 타살 주장이 제기됐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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