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소방헬기 도입, 사고기종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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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명 숨진 에어버스 헬기
119구조본부, 2대 수의계약 추진
전문가 “안전 장담 못해…재검토를”

대형 소방헬기 도입을 추진 중인 소방청이 불과 1년 전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기종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헬기 도입 예산은 약 1000억 원이다.

16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청 산하 중앙119구조본부는 유럽 항공기 업체 에어버스의 대형헬기(기종명 EC225) 2대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걸 추진 중이다. 응급환자 이송과 산불 및 고층건물 화재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다목적 헬기다. 현재 가격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 이르면 9월 중 계약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앙119구조본부는 올 5월부터 조달청을 통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달까지 2차례 입찰공고를 냈지만 에어버스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이에 따라 현재 에어버스 측과 수의계약이 진행 중이다.

EC225 기종은 지난해 4월 대형 인명사고를 냈다. 노르웨이 해상을 지나다 주 회전날개가 갑자기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탑승자 13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6월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사고 기종의 운항금지 결정을 내렸다. 대상은 해당 기종을 운용하는 모든 국가에 해당한다. EASA는 지난해 10월 운항금지를 해제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와 영국 정부는 안전성이 확실치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다가 올 7월에야 운항금지 조치를 풀었다.

EC225 사고 조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르웨이 사고조사위원회(AIBN)는 올 4월 5번째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으로 AIBN의 조사 진행에 따라 설계 변경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난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지금까지도 EC225 운항금지 해제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119구조본부는 2019년까지 헬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 민간 항공전문가는 “설계변경 및 개조 유형에 따라 다시 제작하고 시험비행과 인증 등을 거치려면 4, 5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소방대원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업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계약을 처음부터 새로 진행하려면 최소 6개월이 더 걸린다”며 “에어버스 측이 올해 말까지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소방청#헬기#소방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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