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를 근린공원으로… 대법 “아파트 허위광고 손해배상 3년 안에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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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들이 아파트 단지 인근 군부대를 공원이라고 속여 광고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민사 손해배상 시효 3년을 넘기는 바람에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3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 정모 씨 등 84명이 A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사는 2007년 경기도 파주시에 아파트 13개동 539세대를 지어 분양했다. A 사는 분양광고에 ‘인근 군부대 훈련 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지만, 정작 아파트 정문에서 300m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군부대는 ‘근린공원’이라고 허위로 표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2009년 초 입주가 시작된 뒤 광고에서 봤던 ‘근린공원’이 군부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헬기소리와 사격 연습으로 소음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집값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 252명은 2009년 10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2011년 11월 1심에서 승소했고 이 판결은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정 씨 등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2014년 12월 뒤늦게 A 사를 상대로 “허위 광고로 피해를 봤다”며 1인당 440만~1140만 원씩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앞서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낸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 2011년 11월에는 정 씨 등이 손해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며 “정 씨 등이 소송을 낸 2014년 12월에는 이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시효 3년이 끝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입주자들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2013년 11월부터 손해배상 청구시효가 시작된 걸로 봐야 한다”며 정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 2심과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늦어도 2009년 6월 입주 시점에는 허위광고 사실을 알았고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따져야 한다”며 정 씨 등에게 패소 판결했다. 아파트 분양 허위광고로 피해를 봤다면 적어도 입주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는 취지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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