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고가도로 밑, 주민시설 ‘보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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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7곳 개선작업 본격 착수

옥수역 7번 출구 부근 옥수고가도로 아래의 현재 모습(위쪽 사진). 운동기구 몇 개만 있던 공간이 11월이면 어린이 놀이공간과 소규모 무대, 조경 등을 갖춘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변신한다. 서울시 제공
옥수역 7번 출구 부근 옥수고가도로 아래의 현재 모습(위쪽 사진). 운동기구 몇 개만 있던 공간이 11월이면 어린이 놀이공간과 소규모 무대, 조경 등을 갖춘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변신한다. 서울시 제공
송파구 거여동 개롱초등학교 근처에는 농구장 2면, 게이트볼장 2면, 족구·배구장과 유아 전용 시설까지 갖춘 3000m²의 체육시설이 있다. 실외이긴 하지만 비바람이 불어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거여고가차도 아래에 있어 교각과 상판이 지붕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양쪽으로는 방음벽이 설치돼 사실상 실내체육관이다. 기자가 찾은 7일에도 갑작스레 비가 내렸지만 주민들은 개의치 않고 운동을 즐겼다.

원래 이곳은 대부분 고가도로 아래와 마찬가지로 버려진 공간이었다. 최연수 송파구청소년지원센터장은 “장롱이나 소파 같은 낡은 가구들이 쌓여 있었고 밤이면 청소년들이 몰려와 담배를 피우곤 해 일반 주민은 접근을 꺼렸다”며 “2012년 체육시설로 탈바꿈한 뒤에 동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음습한 공간으로 방치된 고가도로 아래가 본격적으로 재생을 시작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1호 프로젝트인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 쪽 옥수고가도로 밑을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만드는 공사가 11월 끝난다. 면적 646m² 공간에서는 어린이를 비롯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놀이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규모 문화공연을 위한 무대와 객석도 만들어진다. 햇빛을 지하나 실내로 반사시키는 ‘태양광 반사시스템’도 생긴다.

성동구 관계자는 “이 동네에는 작지만 유서 깊은 사찰인 미타사가 있고 단독 및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가 있는 주거지역”이라며 “고가도로가 동네 풍광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는데 하부 공간이 재생되면 또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에 있는 고가도로 밑 공간은 모두 183곳(차도 130곳, 철도 53곳)이다. 총면적은 155만4700m²로 축구장 210면 크기에 이른다. 가용지(可用地·개발이 가능한 땅)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버려두기 아까운 규모다. 대부분 역세권이나 주거지역에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하지만 이 중에서 활용되는 곳은 10% 안팎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주차장이어서 고가도로가 유발하는 ‘지역 단절’을 해결하는 역할은 못 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고가 아래에 수제화 매장을 조성한 사례가 있지만 수도시설 같은 핵심 인프라가 없는 가건물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흉물스럽게 방치되거나 무단 점유된 경우가 많다. 서울북부도로사업소가 지난달 관할구역 고가도로 밑을 점검한 결과 무단 주차, 폐자재 투기는 물론이고 인근 노점상들이 가스통 같은 인화성 물질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치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를 막는 대책은 펜스를 설치해 접근을 차단하는 것뿐이어서 공간도 활용하지 못하고 지역 단절을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고가도로 밑 183곳 중 82곳은 새롭게 활용할 수 있고, 이 가운데 37곳은 주변 공공시설이나 이미 잡힌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당장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문고가차도, 한남1고가차도, 개봉고가차도 등이 후속사업 후보지로 꼽힌다.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은 “옥수고가 하부의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살펴본 뒤 다른 곳도 순차적으로 재생사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손성원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4학년
#고가도로#주민시설#도시 재생 건설#서울시#옥수고가#거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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