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안경환 여성관 보도, 악의적 발췌·본뜻 왜곡”, 책 내용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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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4일 1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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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경환 후보자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사진=안경환 후보자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저서를 인용해 안 후보자의 여성관에 대해 우려를 표한 한 언론보도와 관련, “선생의 책 중에서 일부를 악의적으로 발췌해서, ‘책 내용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교묘히 흠집을 내놓았다”면서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이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같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한인섭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경환 교수님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되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공격거리가 던져질 터인데, 첫 공격이 뜻밖에도 안 교수의 왜곡된 여성관(?)이란 게 놀랍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보도 내용과 책의 원문을 비교하면서 언론사가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안경환 후보자가) 지난해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하다 적발된 사건을 놓고는 ‘위법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며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경환 후보자는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276쪽)”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안경환 후보자의 저서는) 문제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한 마디로 남자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하여, 마치 탈선을 아내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 그렇게 해석하는 거야 기자의 자유지만, 정치적 공격을 위해 그렇게 왜곡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언론 보도에선) 성매매에 대해 논란되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면서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며 여성을 원하는 게 사내의 염원이어서 성매매는 근절하기 어렵다고도 썼다”는 보도 내용을 소개했다. 이후 “실제 내용은 역시 ‘남자란 무엇인가’의 한 부분”이라면서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120쪽)”라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어떤가. 인간 몸을 재화로 삼는 노예제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쓴 앞 문장은 기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면서 “‘샘’이 어쩌구 하는 문장은, 성매매 하는 남성의 믿음이지, 그게 안 교수의 정당화논리는 아니다. 표현이 좀 얄궂긴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매매를 예찬했다는 다른 언론 언론기사도 있다. 그러나 그 책의 다음 부분을 읽어보시라”면서 원문인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라고나 할까?(113쪽)”라는 부분을 소개했다. 그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진 폐단으로 쓰고 있다”면서 “그런데 기자는 안경환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가히 악마적 발췌편집이다. 다른 언론에서도 유사기사가 막 퍼지고 있더라”면서 “이 ‘남자란 무엇인가’ 책은 아주 복합적이다. 남-녀 관계만큼 온갖 편견, 지식, 고정관념이 판치는 곳이 달리 없고, 온갖 학문과 예술이 거기 달려든다. 사회제도, 문화도 그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 다양한 측면에 대해 그야말로 풍부하게 지식을 모아펼치기에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없다(저도 짜증나는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만)”고 설명했다.

끝으로 “하지만, 그같이 발췌편집을 하여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이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라면서 “현명한 시민은, 언론의 현혹과 낙인찍기에 속절없이 놀아나지 말아야한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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