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나눔천사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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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영세민 돕기 위해 지난해 3월 전국 처음으로 시작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3억여원 조성… 집 보증금-긴급 생계비 등 지원

지역 주민 3%가 소외계층 돕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울산 남구가 지난해 9월 전국 처음으로 ‘나눔천사 구’를 선포했다. 울산 남구 제공
지역 주민 3%가 소외계층 돕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울산 남구가 지난해 9월 전국 처음으로 ‘나눔천사 구’를 선포했다. 울산 남구 제공
A 씨(34·여)가 일가족 4명과 함께 울산 남구의 단칸 친정집으로 이사 온 것은 지난해 1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살길이 막막했다. 세 자녀는 돈벌이에 나설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친정아버지도 폐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친정어머니가 공장에서 받는 100만 원 안팎의 월급이 이들 7명 수입의 전부였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려 해도 조건이 되지 않았다. 친정어머니의 수입과 친정아버지가 갖고 있는 자동차 때문이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울산 남구의 ‘나눔천사기금’이었다. 남구는 현장 조사와 주민대표회의를 거쳐 A 씨 가족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했다. 거처를 옮기는 데 필요한 집 보증금도 보조해줘 단칸방 신세를 면할 수 있도록 했다. A 씨 남편에게는 일자리도 마련해 줬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을 주민대표단이 심사해 A 씨 가족 같은 소외계층을 돕는 울산 남구의 ‘나눔천사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하지만 법적 지원 대상이 아니거나 지원 심사에 많은 시일이 걸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민을 돕기 위해 지난해 3월 전국 처음으로 남구가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인 나눔천사기금은 3억6200만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남구지역 사회보장협의체가 업무협약을 맺어 모금과 지원 업무를 맡도록 했다. 개인은 기본 1인당 3계좌(1계좌 1004원)씩 매월 3012원을 나눔천사기금에 낼 수 있다. 자동이체 비용을 제외한 최소 기금이 3000원은 넘어야 하기 때문에 3계좌로 정했다. 가계는 매월 3만 원 이상, 기업은 매년 1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중소기업이 기금의 대상이다.

개인으로는 1만1304명이 기금에 가입했다. 남구 주민의 3%다. 또 단체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가입식도 53차례나 열었다. 이에 동참해 ‘착한 가게’로 지정된 자영업체 등은 2200곳이나 된다. 서울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가게 2040곳보다도 많다. 전국 1위다. 역시 동참해 ‘착한 기업’이 된 중소기업도 62개사에 이른다. 연말까지 7억 원 이상을 모금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 가게가 많은 고래박물관 인근 남구 장생포와 삼산동 웨딩거리 등 두 곳은 ‘착한 거리’로 지정됐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14개 동(洞)별로 분류해 해당 동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복지 사각지대 주민 지원을 비롯해 정신질환자나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사회 복귀 및 삶의 질 향상 프로그램 운영,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지원, 다문화가족 평생교육사업을 비롯해 24개 사업을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틀니 치료도 지원한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나눔천사기금을 받은 위기 가정이 자립해 어엿한 기부자가 되는 선순환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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