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박사’ 한무영 교수 “서울대 화장실 변기 ‘초절수 변기’로 바꿨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2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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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어 갈라진 땅을 보면 저도 안타까운데 농민들은 어떨까 싶었어요. 해법이 뭘까 고민하던 중 생활 속 물 절약을 떠올린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교수라는 직함보다 ‘빗물박사’라는 말이 더 정겹다.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빗물을 저장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지만 “이제는 생활용수 줄이기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다. 보이지 않는 물 낭비의 주범인 변기부터 바꾸자는 것. 변기를 1회 사용할 때 쓰이는 물만 절반으로 줄여도 가뭄과 물 부족의 근원적 대안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 교수는 서울대에서 특별한 실험을 했다. 평소 변기의 물을 내릴 때마다 ‘이 물만 아껴도’라는 생각을 놓지 않았던 그는 공대 건물 한 동의 화장실 변기 35대를 모두 초절수 변기로 바꿨다. 기존 13L들이 물탱크 변기를 6L짜리로 교체한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1년간 절약한 물의 양은 2182t, 하루 2L의 물을 사람이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109만1000명이 쓸 수 있는 양이었다. 한 교수는 “일반 변기 대비 2만~3만 원만 더 투자하면 된다. 물 사용량은 3분의 1로 줄고 변기가 막혀 애를 먹었다는 민원도 거의 없었다”라며 웃었다.

빗물 박사의 다음 목표는 서울대 전체 화장실의 변기 8176대를 초절수 변기로 바꾸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물 37만8237t과 7억500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맞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절수 변기 생활화가 국민적 캠페인으로 각광받게 되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한 교수는 “물 사용량을 줄이면 하수처리비용도 절감된다”며 “가뭄을 막을 선순환의 구조는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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