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에겐 희망, 회사는 생산성 높일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기업 우수 사례 소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호응도가 높다. 전일제보다 짧은 시간을 일하면서 복지 혜택은 정규직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근로자 한 명당 최대 6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 나선 결과 신규 채용은 2015년부터 1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개인 사정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넘나드는 ‘전환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펴낸 우수사례집에서 3개 기업을 골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프론텍] 임시직 대신 시간선택제 도입… 불량률 절반으로 뚝↓

시간선택제로 프론텍에 입사한 여성 근로자들이 한데 모여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시간선택제로 프론텍에 입사한 여성 근로자들이 한데 모여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1978년 설립돼 업계에선 그 나름대로 인정받는 자동차부품 회사지만 2000년대 들어 극심한 인력난을 겪었다. 인력이 없다 보니 기존 근로자들의 업무 강도와 불량률, 이직률이 높아졌다. 외국인, 용역 근로자를 임시로 투입해봤지만 책임감이 부족했고 생산성이 떨어졌다.

2013년 경영진은 노사발전재단의 도움을 받아 시간선택제 도입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하루 5시간, 주 25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휴가나 식대는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하게 맞췄다. 생산라인도 3인 1조로 정비했다. 사측은 “비정규직이 아닌 시간제 정규직이기 때문에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고 기존 근로자들을 설득했으며, 2013년 9월 사무직 4명과 생산직 9명 등 13명의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가 입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현재 이 회사의 시간선택제는 54명에 이른다. 직무도 사무, 기능, 생산, 검사, 환경 등 다방면에 포진해 있다. 임시·일용직 비율은 2013년 29.5%에서 지난해 6.1%로 줄었고, 생산성은 57.4%에서 64.8%로 증가했다. 불량률 역시 50% 가까이 감소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매출액이 498억 원에서 546억 원으로 늘어났고, 흑자 규모도 확대됐다. 그동안 시간선택제는 은행 등 시간대별로 직무를 분할하기 쉬운 서비스업종에서 많이 활용됐다. 생산성이 중요한 제조업은 시간선택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프론텍이 해내면서 제조업 확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자 강모 씨는 “시간선택제 덕분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당당한 엄마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숙련 근로자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보훈병원] ‘집중근무일’ 덕분에 일-가정 다 잡은 간호사들

중앙보훈병원은 근로자 1806명 가운데 시간선택제 근로자(신규 채용)가 166명에 이른다. 병원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엄지를 들어올린 모습.
중앙보훈병원은 근로자 1806명 가운데 시간선택제 근로자(신규 채용)가 166명에 이른다. 병원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엄지를 들어올린 모습.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진료와 재활을 지원하는 병원으로 인력 운영에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일터를 떠나는 여성이 많았다. 오랜 논의 끝에 2011년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18명을 신규 채용했다. 하루 4시간씩 주 20시간을 근무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8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병동 간호사에게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찾아난 묘수가 ‘집중근무일’이다. 하루 8시간 3교대 틀은 유지하되 주 5일이 아닌 주 2일, 주 3일 등으로 근무일수를 단축하는 방식이다. 집중근무일을 도입하기 전인 2015년에는 전체 시간선택제 근로자 53명 중 20명만 간호사였지만, 새 방식을 도입한 후 올해는 전체 107명 중 65명이 간호사일 정도로 시간선택제가 확산됐다. 현재 총 166명이 시간선택제로 근무 중이며 간호사는 물론이고 전문의, 약사, 임상병리사 등 직무도 다양하다. 육아나 가사 등을 위해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도 현재 9명이고, 누적 인원은 90명에 이른다. 병원 관계자는 “퇴사를 고려하던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다 잡을 수 있게 됐고, 우리는 우수 인력을 놓칠 걱정을 덜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도입 후 중앙보훈병원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177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고객서비스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휴일 전담 근무제, 나이트 전담 근무제 등을 더 도입해 시간선택제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부점장’ 직급 만들어 경력단절 여성 신규 채용

‘리턴맘’ 제도를 통해 스타벅스에 재입사한 한 여성 근로자(오른쪽)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 고용노동부 제공
‘리턴맘’ 제도를 통해 스타벅스에 재입사한 한 여성 근로자(오른쪽)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 고용노동부 제공
스타벅스는 2013년부터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출신의 경력 단절 여성을 시간선택제로 신규 채용하는 제도다.

일단 출산과 육아로 퇴사한 직원들을 상대로 수요조사를 한 뒤 2013년 12명을 채용했고 2014년 18명, 2015년 13명, 지난해 16명 등 꾸준히 리턴맘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는 곳과 가까운 매장에서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스타벅스는 이들을 위해 ‘부점장’ 직급을 만들었다. 오랜 경력과 능력이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직급을 부여한 것이다. 주로 자녀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근무한다. 이 시간대에는 주부 고객이 많아 고객서비스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리턴맘 부점장은 연간 두 번씩 시행되는 전일제 전환 기회를 활용해 일반 부점장(전일제)으로 전환할 수 있다. 2015년 7월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부점장 중 10%가 전일제로 전환해 근무 중이다. 김포이마트점 부점장 김정미 씨는 “7년간 일하다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퇴사했는데, 2013년 시간선택제로 다시 돌아왔다”며 “7년간의 경력과 주부로서의 경험이 일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시간선택제 일자리#경단녀#프론텍#중앙보훈병원#스타벅스#리턴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