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확대’ ‘대입 단순화’ 호평… 이슈에 치우친 공약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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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교육정책 점수로 평가해보니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여러 교육공약 가운데 학교 현장에 밀착한 정책도 있지만 갈등을 일으키거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공약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대선 후보 5명이 공약집을 통해 제시한 교육정책 중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거나 새로운 시도라고 판단되는 공약을 중심으로 5개씩 뽑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적절성 참신성 실현가능성 지속가능성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 학교현장 밀착 정책 호평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평가 대상이 된 후보 5명의 25개 공약 중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자유학기제 확대 및 일대일 맞춤형 학습 실현’ 공약이 7.9점(10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공약은 적절성 참신성 실현가능성 지속가능성 등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의 개별적 능력에 맞춘 일대일 학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지능형 학습지원시스템’으로 학생 능력 중심의 일대일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면 사교육비 절감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 공약이 7.8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교원 양성 과정을 혁신하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모든 교육개혁은 교사를 거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평가했고,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대·사범대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후보가 제시한 대학 입시제도 개선 공약 중에서는 문 후보의 개선안이 가장 호평을 받았다. 그는 대입전형을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 등 세 가지로 단순화하고 예측 가능한 대입을 위한 대입 법제화 추진 등을 약속했다. 배영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총장은 “대입전형 단순화 제시는 아주 적절하고 특히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대입 법제화 등은 기대가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 수두룩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공약이 5.1점으로 점수가 가장 낮았다. 현행 직선제 선출 방식을 러닝메이트제나 간선제 등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계 내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책이어서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5-5-2 학제개편도 5.7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참신성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현가능성이 4.6점으로 가장 낮았다. 배 교수는 “학제개편에 소요되는 예산, 기간, 현장의 혼란에 비춰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책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공약에 집중하는 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교육부 폐지나 축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과 관련한 여러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정 교수는 “국가 수준의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교육부 폐지는 대안이 명확하지 않다면 구호에 가깝다”고 말했고, 배 부총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교육예산 편성권을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선 후보들이 장기적 교육정책을 짜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는 “관료 중심의 교육정책 결정을 극복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 고용·복지와 연동 안 돼 아쉬움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에 ‘큰 그림’이 없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교육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고용·복지 정책과 연동이 돼야 한다는 것. 또 대선 후보들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처럼 유권자 다수가 관심이 있는 주제에 해법을 보여주는 정도에만 그쳤을 뿐 교육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는 “교육정책은 고용, 복지와 연동돼야 교육이 아이와 국가의 미래를 만들고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후보들은 큰 그림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부분에 대해서만 공약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심화, 비정규직 급증, 미흡한 기본 복지제도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고졸 희망시대’를 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문제의 뿌리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체제와 문화, 궁극적으로는 무한경쟁 실력주의임을 직시해 포괄적인 관점에서 교육공약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교육공약 평가 참여 전문가(가나다순)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영찬 DGIST 부총장,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대선 후보 교육공약#대선 교육정책#자유학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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