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숨고르기’… 외곽지역 미분양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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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하락-토지거래 감소… 투기 집중단속으로 거래 안정
中투자 둔화-인구유입 감소 요인

한때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거래 열기가 뜨거웠던 제주시가지. 주택 매매와 토지 거래가 감소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때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 거래 열기가 뜨거웠던 제주시가지. 주택 매매와 토지 거래가 감소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이 붙었던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토지 거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순유입 인구(전입에서 전출을 뺀 인구) 증가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제주지역 부동산 열기가 정점을 찍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제주도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토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만2730필지, 1001만5000m²가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996필지, 1332만5000m²와 비교해 필지 수는 2.0%, 면적은 24.8% 감소한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집중 단속과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 시행, 택지 토지분할 불허 등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을 시행하면서 점차 토지거래 시장이 안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지난해까지 제주에서 아파트 분양 당첨은 로또에 비교될 만큼 호황이었다. 제주시 도남동의 한 아파트는 평균 13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몰려드는 인파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284채를 분양하는 서귀포시 아파트는 1순위 청약이 2명에 불과했고 111채를 분양하는 제주시 애월읍 한 아파트는 3명만 청약하기도 했다.

특히 시 외곽 지역 주택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2월 말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446채로 2014년 5월 408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 증가와 더불어 아파트 가격에도 변동이 생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조사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0.01% 상승한 가운데 제주지역은 0.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은 2016년 8월 이후 32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올 2월까지 주택매매는 19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27건에 비해 19.2% 감소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낙찰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찍는 ‘묻지마’식 낙찰이 이뤄지던 경매시장이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법원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2월 제주지역서 진행된 경매는 모두 117건인데 71건만이 낙찰됐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것은 인구 유입이나 중국 자본 투자가 둔화된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순유입 인구는 올해 들어 2월까지 185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94명에 비해 28.5%가 감소했다. 제주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비싼 물가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제주 이주 열풍’이 식고 있는 느낌이다”라며 “부동산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에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와 금리 인상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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