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밥상물가 뛰자 먹거리 밀수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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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제 장식품 사이에 말린고추 넣고 가격 뛴 명태 불법반입 늘어
명절 특수 노린 밀수 매년 급증

 경기 평택시 평택세관은 최근 석제 장식품 사이에 중국산 말린 고추 210t을 숨겨 평택항으로 들여온 밀수업자들을 붙잡았다. 밀수범들은 석제품으로 수입품을 허위 신고한 뒤 관세율이 270%에 이르는 말린 고추를 컨테이너 속 빈 공간에 숨겼다. 밀수업자들 사이에서 ‘심지박기’로 불리는 수법이다.

 설을 전후해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명절 특수를 노린 먹거리 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5년과 지난해에만 설 특별 단속의 적발 규모가 갑절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관의 눈을 피하기 위한 밀수업자들의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돼 관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 2월 전국 세관에서 적발된 농수축산 밀수품은 1883억 원어치로 전년 동기(946억 원)보다 2배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 규모로 적발됐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김영기 관세청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정확한 수치는 집계를 해 봐야 알겠지만 올 들어서도 고춧가루 등을 중심으로 적발이 이어지고 있어 단속 규모가 예년보다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설을 낀 이 기간은 밀수업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밀수 대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적발된 밀수품의 경우 품목별로는 명태가 586억 원어치로 가장 많았다. 명태 밀수는 10년 전인 2006년까지만 해도 12억 원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 냉동명태 도매 가격이 크게 오르며 밀수품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 원어치 러시아산 냉동명태를 관세 면세품으로 위장해 수입한 수산업체가 지난해 초 적발된 것도 단기간에 단속금액이 급증한 원인이다.

 고추 역시 매년 밀수 규모가 커지고 있는 품목이다. 마른 고추는 관세율이 270%인 초고율 수입품이다 보니 밀수에 일단 성공만 하면 업자들로서는 큰돈을 만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언뜻 봐서는 국산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마른 고추를 냉동 고추(관세율 27%)인 것처럼 속여 들여오는 업자도 늘고 있다.

 이 외에도 최대 30%의 높은 관세가 매겨지는 술과 최근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게가 지난해 설을 앞두고 많이 밀수됐다. 관세청 측은 “농수산품은 단가가 낮고 부피가 커 과거 의약품 등에 비해 밀수가 성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상 고온 등으로 명절 음식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밀수 규모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X선 등 세관의 특수장비 검사를 피하기 위한 지능적인 수법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상 신고된 물품에 밀수품을 섞어 투시장비로도 쉽게 구분되지 않도록 하는 일명 ‘섞어치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고전적인 수법인 ‘커튼치기’ 등도 계속 성행하고 있다. 커튼치기는 컨테이너 입구에 부피가 큰 저세율 품목을 세워두고 뒤쪽 깊숙이 밀수품을 숨겨두는 방식이다. 가장 흔한 밀수 수법으로 통한다. 석제나 합판 사이에 약품 등을 숨기는 심지박기, 컨테이너 바닥에 마른 고추 등을 깔아놓는 ‘알박기’도 꾸준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전문가들은 밀수 식품의 경우 유통·생산 과정이 조잡하기 때문에 위생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른바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개인업자들이 세관 신고 없이 소량으로 들여오는 농산품은 감염병 유행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밥상#물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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