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정부 지원사업 ‘헛바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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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운행제한 2.5톤이상車 저조… 보조금 타 새차 사려는 사람들 몰려
재원 고갈로 접수중단 지자체 속출… 환경부 부랴부랴 예산 돌려막기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 중인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사업 예산이 엉뚱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2.5t 이상 노후 트럭의 운행을 제한하면서 조기 폐차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정작 2.5t 미만 차량이 정부의 조기 폐차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1월 현재까지 조기 폐차 보조금 신청을 완료한 차량 10만281대 가운데 59%가 총중량 2.5t 미만의 노후 경유차(2005년 이전 등록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2.5t 미만 경유차는 배기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종합검사에 불합격하지 않는 한 수도권 운행제한지역(LEZ) 단속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올해 조기 폐차 지원 가능 대수가 6만 대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배기가스 저감장치 장착 등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2.5t 이상 노후 경유차는 서울시에만 11만5000여 대, 인천 5만6000여 대, 경기 25만8000여 대로 수도권에 모두 42만9000여 대가 등록돼 운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1∼6월) 조기 폐차 혜택이 대폭 늘면서 신청자마저 급증한 상태다. 폐차 보조금에 더해 올해 6월 30일까지 새 차를 사면 세금을 최대 143만 원까지 감면받고,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30만∼120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이 알려지자 정초부터 신청자가 몰려 경기 수원시에서는 올해 지원 대수로 책정한 1410대가 열흘도 안 돼 마감됐고, 전국적으로 23일까지 1만8422대가 신청해 한 해 예산의 30%가 동났다. 그런데 이들 신청자 중 다수가 LEZ 단속 대상이 아닌 차량 소유주다.

 환경부는 단속되더라도 벌금을 내기까지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저감장치를 다는 등 저공해 조치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차의 경우 생계형 차량이 대부분인데 장착 비용을 지원받아도 개인이 10%(약 30만 원)는 부담해야 하고 그마저도 전국적으로 1만5000대만 지원한다. 한 번 정부 지원을 받아 저감장치를 단 차는 폐차 시 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이에 환경부는 25일 조기 폐차 신청률이 낮은 지자체에 배정한 보조금 지원 대수를 빼서 신청률이 높은 지역에 주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1월 현재 신청률 9.6%인 서울시가 8000대를 경기도 16개 지자체에 양보하게 됐다. 운행제한의 주무대인 서울시 지원이 되레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가 추가경정예산을 따내 서울시 조기 폐차 보조금을 최우선적으로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경이 되든 안 되든 서울시는 전체 저공해 조치 미완료 차량 중 극히 일부에만 저공해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노후차#경유차#l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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