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지선의 힘이 되는 경제]수입계란의 경제적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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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수입해 온 달걀을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미국에서 수입해 온 달걀을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가을 5500원 수준이었던 계란 한 판의 유통 가격이 그해 12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 1월 들어서는 무려 9543원을 기록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가금류 1500만 마리가 도살처분되면서 계란 공급이 예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계란은 우리에게 참 친숙한 식품입니다. 가정에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고 각종 빵, 면 등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 한 명당 연간 250개 이상의 계란을 소비하고 전체 생산량이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정용뿐만 아니라 계란을 재료로 만드는 각종 음식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체감 물가가 오르는 중입니다.

 계란 가격이 한 달 사이 70% 이상 상승하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습니다. 바로 미국, 호주에서 계란을 수입해 오는 정책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선란 및 계란 가공품 9만8000t에 대해 올해 6월까지 할당 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수입품에 부여되는 관세를 할인해줘서 수입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 2월 28일까지 계란을 수입해오는 업체에 운송료 50%를 지원함으로써 설 명절을 앞두고 계란 수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계란이 부족하니 수입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찬반은 엇갈립니다. 계란 수입을 찬성하는 쪽은 수입으로 물량이 늘면서 계란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쪽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민간 유통업체가 안정적으로 계란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국내로 수출이 가능한 업체를 찾고 계약을 맺은 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업체를 직접 보고 수출작업장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이 절차에는 적어도 3개월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3개월 이후에는 AI가 잠잠해지면서 국내 생산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3월 이후 계란 가격이 폭락하면서 양계농가와 유통업체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상보다 통관 및 위생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당장 수요가 급증하는 설 명절 전에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 양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약 계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으로 계란을 수입하는 행위가 오히려 재정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요.

 현재는 수입 계란이 국내 유통 가격을 얼마나 안정화시킬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통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공급 불안을 다소 잠재우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 계란의 경제적 효과는 설 연휴 이후에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계란 수입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속된다면 수요가 둔화되는 설 연휴 이후에는 눈에 띄는 폭으로 계란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수입계란#유통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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