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재영]폴란드의 도시재생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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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하늘 높이 솟은 화력발전소 굴뚝에선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발전소 내부의 보일러실과 발전기는 그대로 있었지만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110년 된 발전소는 그렇게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 전기를 생산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기자가 방문한 폴란드 중부 우치의 첫인상이었다.

 이 발전소는 현재 변신 중이다. 지난해 1월 ‘EC1’이라는 새로운 문화·컨벤션센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화 ‘모던타임스’에 나올 듯한 공장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인 채 콘퍼런스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회의실, 국립영화스튜디오, 과학기술센터 등으로 바뀐 공간은 창의와 문화의 새로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우치는 19세기 ‘폴란드의 맨체스터’라 불리는 섬유공업의 중심지였다. 시간이 흐르고 산업 환경이 바뀌어 섬유공업이 몰락하면서 300여 개의 공장은 수십 년 동안 방치됐다. 산업이 사라지면서 사람들도 하나둘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수백 년 도시의 역사가 담긴 건물들을 그대로 헐어버릴 순 없었다. 우치 시정부는 재개발 대신 리모델링을 택했다. 붉은 벽돌의 공장들은 외형 그대로 주택과 호텔, 갤러리, 컨벤션센터, 쇼핑몰, 박물관 등으로 변신했다. 13개 건물의 공장지대가 문화·쇼핑·오락지구로 바뀐 ‘마누팍투라’는 지역의 명물이 됐다. 낡은 건물의 벽면은 국내외 예술가들의 벽화로 멋을 살렸다.

 도시도 다시 활력을 찾았다. 우치 시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도시재생을 시작한 이후 우치는 문화 물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등의 중심도시로 탈바꿈했다”며 “‘도시 재창조(City Re:Invented)’를 주제로 2022년 엑스포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도시재생이 시급한 과제다.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도시 외곽에 대규모로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의 도시정책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고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는 ‘한국형 도시재생’ 사업도 결실을 보고 있다. ‘민관협력 1호’인 충남 천안시 동남구청사 도시재생 사업은 지난해 12월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동남구청사 사업과 함께 시작한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도시재생 사업은 지난해 민간자본 유치에 실패해 6월 재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렇다고 돈이 되는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지어서는 안 된다. 원도심의 역사성을 살리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민관이 함께 연구해야 한다.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도시재생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건설사 등 기업 관계자들에게 폴란드 우치를 한번 둘러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우치에서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화력발전소#폴란드#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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