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아이들 학교 위로 고압 송전선 지나는데 지진이라도 난다면… ”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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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상일초-내서中 학부모들 고압 송전선 철거후 지중화 요구
대책위 “위험 노출 지속돼선 안돼”

상일초교 학부모들은 11일부터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고압송전선 철거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있다. 고압선대책위 제공
상일초교 학부모들은 11일부터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고압송전선 철거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있다. 고압선대책위 제공
 “어린아이들 머리 위로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니까 불안하죠.”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상일초교(교장 이부섭) 정문. 학부모 박경옥 씨(43)는 “학생들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지진이라도 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학교 위를 지나는 송전선로를 쳐다봤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11일부터 매일 등교 시간에 맞춰 교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는 ‘고압선 무서워요’ ‘위험! 15만4000V’ 등이 적혀 있다.

경남 창원시 내서중과 상일초 사이를 지나가는 고압송전선.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창원시 내서중과 상일초 사이를 지나가는 고압송전선.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고압 송전선 문제 해결을 위한 상일초교·내서중 학부모 대책위’(공동위원장 김민정 장은정)는 “고압 송전선로 철거와 지중화(地中化)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창원시, 한전, 경남도교육청이 함께 고압선 철거와 지중화 사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일초교와 나란히 붙어 있는 내서중(교장 오범석)은 고압선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해발 450m 화개산 산등성이에 우뚝 선 송전철탑은 위험해 보였다.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345kV 전기가 경남 함안군 칠원읍 신마산변전소를 거쳐 154kV로 감압된 뒤 화개산 송전철탑에서 마산변전소와 서마산변전소로 나뉘어 공급된다. 마산변전소로 가는 선로는 내서중 운동장 위로, 서마산변전소로 가는 송전선은 내서중과 상일초교 건물 위로 지나간다. 지상에서 30∼40m, 건물 옥상에서는 20m가량 떨어졌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내서중 오 교장은 “최근에는 전자파보다 지진과 관련된 우려가 더 크다”며 “강진으로 송전탑이 쓰러지거나 전선이 끊겨 운동장에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은 14학급에 331명이다. 내서중은 지난달 한전 본사에 두 차례 공문을 보냈다. 전자파 측정 요청과 고압선 이설 요구였다.

 한전은 “고압선은 1976년 설치됐고 학교 설립 시기는 1994년이므로 이설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설 공사비의 절반을 부담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창원교육지원청은 창원시에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를 타진하고 있다.

 23학급에 490명이 다니는 상일초교의 한 관계자는 “지역 주민과 학부모의 서명을 받아 한전에 탄원서를 내고 지역 출신 새누리당 윤한홍 국회의원에게도 도움을 청할 것”이라며 “윤 의원이 의원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책위 이진숙 내서중 사무국장은 “학교 주변의 전자파가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법령이 느슨하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 국장은 “대책위 차원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면담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을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위)에 따르면 고압 송전선이 학교를 횡단하는 곳은 경남이 4곳으로 전국(9곳)에서 제일 많다. 밀양 초동초교와 거제고도 이에 포함된다. 학교 인근을 지나는 송전선은 마산대, 진주 정촌초교 등 5곳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학교 횡단 송전선로 지중화 예산이 한 곳에 70억 원 정도 들어간다”며 “인체에 유해한 고압선의 지중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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