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겨울 진객’ 까마귀, 관광상품으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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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영향으로 월동지 울산 이동… 날씨 추워지면 10만 마리 겨울 날 듯
태화강변 ‘아시아 버드 페어’ 개최 등… 다양한 사업으로 생태관광자원 활용

울산 태화강을 찾은 까마귀 떼가 일몰 무렵 대숲 잠자리로 들기 전에 군무를 추고 있다. 수만 마리가 떼지어 추는 군무는 울산의 겨울 명물로 자리 잡았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을 찾은 까마귀 떼가 일몰 무렵 대숲 잠자리로 들기 전에 군무를 추고 있다. 수만 마리가 떼지어 추는 군무는 울산의 겨울 명물로 자리 잡았다. 울산시 제공
 ‘아시아 버드 페어 개최, 겨울 철새학교 운영, 배설물 청소….’

 울산의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까마귀 떼를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이 추진된다. 울산 태화강변 대숲에는 지난달 19일 까마귀 30여 마리가 관찰된 이후 지금까지 3만 마리 정도가 찾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10만 마리 이상이 날아와 겨울을 날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 등지에 사는 까마귀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0년경부터 울산으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울산을 찾는 까마귀의 대부분은 농경지에 떨어진 곡식과 해충, 풀씨 등을 먹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라고 시는 밝혔다. 동물의 사체를 먹어 흉조로 알려진 큰부리까마귀와 달리 길조(吉鳥)라는 것이다.

 울산 태화강 대숲에서 밤을 보낸 까마귀 떼는 동이 트기 전에 일제히 대숲에서 빠져나와 경남북 일원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해가 질 무렵과 대숲에 날아들기 직전 전선에 앉거나 대숲 위를 선회하며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다. 겨울철 울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태화강 생태관광협의회 김성수 박사는 “까마귀 떼가 잠자리인 대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늘을 선회하는 것은 독수리 등 큰 날짐승의 공격을 따돌리고 잠자리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수법”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태화강 대숲은 대나무가 조밀하게 자라고 있어 겨울에 따뜻하고 천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이곳을 찾는 까마귀 떼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까마귀 떼를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2월 24∼28일 태화강에서 ‘제8회 아시아 버드 페어’를 연다.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 행사에는 아시아 20개국과 비공식 파트너인 영국, 호주 등지의 탐조인 200여 명이 참석한다. 아시아 철새 보존 심포지엄, 아시아 생태관광포럼 등 국제학술대회도 마련한다.

 푸른울산21 환경위원회(위원장 조성웅)는 까마귀 배설물로 인한 차량 오염 등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을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운영한다. 청소반은 까마귀들이 전신주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남구와 중구 일대의 주차 차량을 대상으로 매일 새벽 청소를 한다. 겨울방학에는 겨울철새학교를 열어 울산을 찾는 까마귀 떼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철새라는 점을 홍보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 특별 방역대책도 마련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시로 발생하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까마귀가 날아오기 때문에 배설물과 혈청 검사를 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국 20대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태화강의 생태자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아시아 버드 페어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까마귀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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