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직전 이상신호 세 차례 더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2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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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이상신호가 세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알려진 승객의 인터폰 신고 외에도 사고를 막을 기회가 더 있었던 셈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사고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전동차 운행기록을 분석한 결과 처음 승객의 인터폰 신고를 받고 열차 출입문을 개방한 뒤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더 정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기록을 보면 사고 열차는 출발과 동시에 신원미상의 승객이 인터폰을 통해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기관사는 열차 출입문을 27초간 개방했다가 출발했다. 하지만 4.12m를 운행한 뒤 이상 신호가 감지돼 다시 11초간 정차했다. 당시 CCTV 기록에는 스크린도어에 진동이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후 수동모드로 전환한 뒤 다시 출발했지만 약 6초간 5.83m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또 다시 비상제동이 걸렸다. 이유는 승객이 인터폰을 통해 비상신호를 보낸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때 1분 16초간 정차했지만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피해 승객은 세 번째 재출발 직후에 비상문으로 밀려 나왔고 결국 숨졌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피해 승객은 처음 출입문이 27초간 열리고 다시 출발했을 당시 스크린도어와 출입문 사이에 끼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두 차례 추가 이상 징후는 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기관사가 당시 출입문이나 스크린도어를 개방했거나, 육안으로 확인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사고 상황은 다음 역인 개화산역에 도착하기 직전 승객의 통보로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윤영 서울도시철도공사 지도조사처장은 "기관사 운영 내규에는 '확인을 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며 "기관사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경찰 진술을 통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양 측은 사고 원인으로 의심됐던 스크린도어 센서에 이상이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사고 목격자인 20대 남성 회사원을 불러 조사했으며 다른 목격자를 추가로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해당 칸에서 6, 7명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20일에도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고장이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대입구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 기관실에 출입문 이상 신호등이 켜져 승객 하차 조치가 이뤄졌다. 출입문 이상은 틈에 돌멩이가 끼었던 탓으로 확인됐다. 또 오후 6시 40분경 같은 역에서 스크린도어 2곳이 닫히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가 약 40분 뒤 수리를 마치고 운행을 재개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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