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함포응징 경고후… 쇠창살 두른 中어선들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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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 중부해경 상황담당관
서해 NLL주변 조업선박 30% 줄어… 다시 몰려와 불법어로땐 강력대응


 “일단 갑판에 쇠창살 두르고 떼 지어 몰려다니던 중국 어선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17일 강성기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상황담당관(52·총경·사진)은 달라진 서해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평소 서해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확인해 전파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 중국 어선에 의해 우리 고속단정이 침몰한 다음 날인 8일 불법 조업 단속임무를 수행하는 기동전단의 전단장을 맡아 출동했다. 인천과 충남 태안, 전북 군산해양경비안전서 소속 1000t, 3000t급 경비함 4척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16일 복귀한 강 총경은 “매년 가을 성어기(9∼11월)엔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2000척이 넘었는데 정부가 11일 함포사격을 포함한 강력한 단속 대책을 발표한 뒤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불시 검문을 한 결과 대부분 해양수산부의 정식 조업 허가를 받은 중국 어선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총경은 11일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등 폭력적으로 저항할 경우 총기를 포함한 공용화기를 사용하라”는 해경 지휘부의 지시를 받았다. 그러고 10시간 남짓 지난 12일 0시 무렵 강 총경이 이끄는 기동전단 대원들은 인천 옹진군 백령도 남서쪽 해상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106t급 중국 쌍끌이 어선 2척을 확인했다.

 정부가 강경 대책을 발표한 직후라 당시 강 총경은 공용화기 사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중국 어선이 해상특수기동대원이 탄 고속단정의 정선(停船) 명령에 불응한 채 자국 해역으로 달아나자 강 총경은 발포 규정과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막상 대원들이 중국 어선에 오르자 선원들은 별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됐다.

 대부분의 중국 선원은 조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단속 강화 방침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몰랐다”고 답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동안 대규모 선단을 구성해 조업하던 무허가 어선들은 한국의 강경 대응을 의식해 일단 중국 해역으로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 총경은 풀이했다.

 그러나 강 총경은 단속에 소홀한 틈이 보이면 중국 어선이 언제든지 다시 몰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어선이 줄었다고 해도 조업이 계속되는 12월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단속 상황에 따른 총기 사용 매뉴얼이 확정되면 폭력으로 공권력에 저항하는 중국 선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함포#중국어선#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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