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 환자 10년새 17배… 백신 맞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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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소아 대상 예방접종 시작… 접종 못한 중장년층에 집중 발병
최근 5년 사망자 평균나이 55.2세, 치료제 없어… 새벽-저녁 활동 자제를

▼일본뇌염 환자 10년새 17배… 백신 맞아야

 “어른도 일본뇌염에 걸리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뇌염에 대해 문의하는 성인이 늘고 있다. 성인 일본뇌염 환자가 증가한 가운데, 동남아시아 등 일본뇌염 유행 국가를 여행하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구온난화 추세 속에서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 번식도 왕성해졌다.
○ 일본뇌염 40대 이상이 80%

 1985년 국가예방접종사업 본격화 이후 퇴치 수준에 이르렀던 일본뇌염 환자 수는 최근 10여 년 사이 증가하는 추세다.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6년∼2016년 6월 국내 일본뇌염 환자 수를 분석해보니 2006년 3명이던 환자가 지난해 5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매년 1, 2명씩만 발생하는 19세 이하 환자와 달리 40, 50대 환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2006년 각각 0명, 2007년 각각 2명에 그쳤던 40, 50대 일본뇌염 환자는 지난해 각각 11명, 17명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수도 2001∼2009년 4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1명에 달했다.

 일본뇌염이 중장년층에 집중된 이유는 국내 예방접종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뇌염은 국내에서 1967년 처음으로 백신을 수입하기 전까지 연간 1000∼30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1971년 아동용 일본뇌염 백신 국내 도입, 1985년 소아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 시작 후 환자 발생이 급격히 감소했다.

 문제는 현재 40대 이상 중장년층. 이들 중에는 일본뇌염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기 전 어린 시절을 보내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뇌염 바이러스 항체를 갖지 못한 것. 최근 5년간(2011∼2015년) 일본뇌염 사망자 평균 연령은 55.2세였다.
○ 뇌염 환자 가을철인 10, 11월에 집중

 전문가들은 일본뇌염을 ‘여름’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병한다고 경고했다. 취재팀이 2006년∼2016년 6월 월별 일본뇌염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10월(76명·중복 환자 포함)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11월(74명), 9월(67명) 순이었다. 정작 여름인 7월은 23명, 8월은 36명에 그쳤다. 폭염이 지난 가을에 모기 활동이 활발해지는 데다 등산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탓이다.

 일본뇌염은 치료제가 없다.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도 95%는 무증상으로 지나가거나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간혹 치명적인 급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 의식장애,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 중 20∼30%는 사망한다. 회복돼도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다.

 전문의들은 평소 개인위생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새벽과 해가 진 저녁 무렵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보통 일본뇌염 백신은 여름철에 받는 계절접종으로 알려졌는데 잘못된 정보다. 연중 어느 때나 접종받을 수 있다. 

 생후 12개월∼만 12세 어린이는 모두 예방접종 대상이다. 어릴 적 백신을 맞지 않은 성인도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내과, 가정의학과 등 병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성인은 딱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비용은 7만 원가량 든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동남아시아 등 일본뇌염 유행 국가를 여행하거나 논, 돼지 축사 등 뇌염모기 출몰 지역 거주 성인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일본뇌염#모기#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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