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결정 연기…“안 파는 게 실효성 있는 안보 조치 아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25일 10시 44분


코멘트
정부는 24일 구글에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지에 대해 결정을 유보하고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안보와 IT 기술·경제 논리, 구글이 법인세를 안 내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겹치며 논란이 확산하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오픈넷 허광준 정책실장은 2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시사 전망대’에서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반출할 경우 우려되는 안보 문제에 대해 “(구글에 지도 반출을 불허하는 것이)실제로 실효성이 있는 안보 조치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허 실장은 “구글 위성사진이 보안 처리가 되지 않는 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사실은 외국에서 실제로 제공되고 있고 상업적으로 팔리는 많은 위성사진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안 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원본들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포털사이트 기업 야후,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검색엔진 빙에서는 위성사진이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또 미국 지도제작사 랜드 맥넬리 (Randmcnally), 맵퀘스트(Mapquest), 러시아 웹사이트인 얀덱스(Яндекс)도 보안 처리가 되지 않은 위성사진 원본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역시 한국 내 서비스 주소인 co.kr이 아닌 .com으로 접속하면 보다 선명한 위성사진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구글에서 보안시설을 가린 지도를 서비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예 관련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의회 로비를 통해 1997년 구글어스에서 보안시설을 가리도록 한 ‘이스라엘에 관한 상세 위성 이미지 수집 및 배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허 실장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위성사진들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된 형태”라며 “미국 법으로 위성사진을 생산할 때부터 규제를 통해 보안 처리를 하면 각 지도를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 법 자체가 그렇게 통과가 됐기 때문에, 생산하는 위성사진 자체가 보안 처리한 형태로 나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법을 고칠 수 있는 로비력이라고 할까, 그런 영향력이 있으면 가능하기도 할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이 불거지며, 특히 인터넷기반 다국적기업인 구글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서버를 한국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안 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해 허 실장은 “(현재는)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법인세법을 개정해서 수익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한국이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구글에게 약 1억 3000만 파운드(약 1932억 원)의 세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구글에게 막대한 세금 징수를 추진 중이다.

허 실장은 “한국인들은 흔히 국내 업체인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를 쓰고 있지만 이 지도들은 영문 표시가 안 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쓰기에는 무용지물”이라며 “국제 표준처럼 된 구글 지도가 한국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한 차원의 서비스,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많은 서비스들이 갖춰지면 국제 기준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스타트업 등 새로운 기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구글 쪽의 명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IT 업체들의 보호’ 차원의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제공됐을 때, 이용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결국은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