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9개 대학은 정상 추진되고 있는데…‘이대 점거농성’ 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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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이 미래라이프대 설립 철회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이 미래라이프대 설립 철회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부른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 진행이 당초 계획보다 3달 이상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예상치 않게 추가선정에 나서면서 이화여대가 촉박한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다보니 구성원들의 의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지난해 12월 확정해 발표한 사업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는 서면 평가와 현장 평가를 거쳐 올해 3월말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8곳 정도를 최종적으로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5월 4일에야 선정 대학이 발표됐고, 선정된 대학의 수도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6곳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구성 자체가 어렵거나 구성해도 학생 모집이 어려울 수 있어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대학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1차 선발 과정도 늦어진 데다 추가 공고를 거쳐 2차 선발에 나서면서 시간적으로 더욱 촉박해졌던 것. 추가 공고는 5월 11일에 이뤄졌고, 사업신청서 접수 마감은 6월 10일이었다. 결국 7월 15일에야 최종적으로 10개 대학이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3달 이상 일정이 지체됐다.

2차 사업에 갑자기 참여하기로 한 이화여대가 한 달 만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의 관계자는 “교육부가 1차 선정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2차 때는 주요 대학에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대학들이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을 조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나선 대학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불만을 갖는 학생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선정된 한 대학 관계자는 “애초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어느 대학이나 여론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화여대는 대학 재정지원사업 신청 과정에서 반복된 불통이 구성원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4월에도 학생들은 프라임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이번에도 “학생과 교수들에게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교수들도 3일 열린 긴급 교무회의에서 “의견 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9개 대학들은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유독 이화여대에서만 문제가 된 것은 ‘학벌 순혈주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화여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게시판에는 “왜 고졸자와 동문이냐, 이화전문대가 되길 원하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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