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담합 무혐의”… 법원은 “과징금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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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14 최우수 처벌 사례 선정 ‘베어링 국제 카르텔 사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최우수 심결 사례로 시상했던 베어링 국제 카르텔 관련 3개 사건 중 한 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던 업체들은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더 세심하게 담합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시판(市販)용 베어링 국제 담합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했다.

2014년 11월 공정위는 일본, 독일계 업체와 일부 국내 업체가 1998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가 있다며 5개 회사에 과징금 624억 원을 부과하고, 7개 회사를 2012년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일본계 시판용 베어링 업체들이 ‘아시아연구회’라는 협의체를 운영해 아시아 각국의 베어링 가격 인상률을 정한 뒤 한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기업 및 한국 업체에도 해당 인상률을 제시해 담합에 동참시켰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이 사건을 적발한 공정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국제 카르텔 조사 노하우가 집약돼 발휘된 획기적인 처벌 사례”라고 자평했다. 해당 사건은 2014년 공정위 최우수 조치 사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해당 업체들에 2007년까지는 담합 혐의가 있지만 그 이후로는 같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담합은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7년까지의 담합으로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해당 업체들이 2008년 이후 e메일 등을 통해 자사의 매출액, 제품 가격 등의 정보를 교환한 흔적은 있지만 이것이 실제 가격 담합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달 서울고법도 공정위가 업체들에 했던 과징금 납부 부과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가격 변동을 보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 횟수, 인상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법원의 과징금 부과 취소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베어링 업체들의 담합 행위는 수년에 걸쳐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환율, 원자재 가격 변화로 담합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공동 행위를 할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담합이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고법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이 담합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 대해 형사재판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도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여기에 대응할 만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세종=박민우·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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