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상징이었던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30여 년 만에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보도블록을 심는다. 서울대는 서울대 환경 개선 사업의 하나로 11일부터 두 달간 아크로폴리스에 보도블록을 설치하는 공사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학생시위가 빈번했던 1970, 80년대 대학 캠퍼스 중심부 보행로는 보도블록 대신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시위가 벌어지는 날이면 여학생들이 보도블록을 깨뜨려 ‘짱돌’을 만들고 남학생들이 시위를 진압하려는 전투경찰에게 이 짱돌을 던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1975년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건립될 당시 대학본부와 중앙도서관 사이에 위치한 광장 아크로폴리스 바닥 역시 보도블록으로 포장됐다가 1980년대 초반 학생시위가 격화되면서 단단한 콘크리트로 메워졌다.
2000년대 다시 등장한 캠퍼스의 보도블록은 학생운동이 급격히 쇠퇴하며 학내 유혈 시위가 사라졌다는 격세지감의 증거였다. 서울대도 2005년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시행하면서 학내 보행로의 콘크리트 바닥을 깨고 친환경 보도블록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크로폴리스는 예외였다. 당초 설계 초안에는 아크로폴리스도 보도블록 포장 사업에 포함됐지만 학교 측은 고심 끝에 원형을 보전하는 쪽으로 결론 냈다.
성역(聖域)이었던 아크로폴리스 바닥에는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면 깔끔한 보도블록 보행로가 생긴다. 공사장을 지나던 인문대생 최모 씨(22·여)는 “이제 정치와 거리가 멀어진 학생사회가 과거의 기억마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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