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사이트에서 사라진 ‘성교육 표준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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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6억 들여 만든 성교육 자료 “시대착오적이고 편향적” 비판… 6월에 삭제하고 공개 거부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그간 논란이 돼 온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교육부 사이트에서 삭제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해당 표준안은 지난해 발표된 뒤 줄곧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시대착오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 온 자료다.

당초 교육부는 이 표준안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교육부 학생건강정보센터 사이트에 공개해 왔다. 보건교사뿐 아니라 외부 강사를 활용한 성교육 시에도 이 표준안을 따르도록 해 사실상 성교육의 절대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했던 자료다. 이 표준안 제작에 2년 동안 6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달 사이트에서 삭제한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 두고 “1년 넘게 반드시 따라야 할 지침이랬다가 비판이 잇따르자 이제 와서는 공개도 못 할 자료라니 황당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그에 따른 교사용 지도서는 전문가들의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성욕이 강하고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충동적으로 성욕이 일기 때문에 여성의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여성에게 책임 전가 △데이트 성폭력의 원인을 다루며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에 남성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할 방법으로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저항하다 살해당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사례를 언급 △성교육 시 ‘자위’나 ‘야동’이란 표현은 쓰지 말라는 지침 등이다.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올 초 150곳을 수정했다. 하지만 성교육 전문가들은 “단어만 수정한 정도이지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등 구성원 간의 성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성폭력 사건의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 또는 유치원 수준까지 낮아지는가 하면, 집단 성폭행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집단 성희롱도 계속되고 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SNS, 친구를 통해 끊임없이 잘못된 성 지식을 얻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며 “잘못 얻은 성 지식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대응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여성정책연구원 용역 결과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8월 말까지 새로운 수정본을 만들 방침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박현이 기획부장은 “초안을 보니 일부만 수정한 형태여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당분간 성교육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교육부#학교 성교육 표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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