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교육감이 고교 야자 일방 폐지… 대안도 없이 학원-독서실로 내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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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내년 폐지에 강력반발
“특목고는 계속 야자 할텐데 일반고만 학력 더 떨어질 것”
교총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29일 내년부터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야자)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하자 학부모와 교육단체가 “대안도 없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고 고교 2학년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비율도 높은 지역이다.

엄마들이 모이는 네이버의 한 카페에는 30일 불만이 쏟아졌다. 한 엄마는 “둘째가 야자를 하면서 겨우 사교육을 정리했다. 야자를 안 하면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녀야 하는데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고 말했다.

다른 엄마는 “야자는 선택인데 아예 없애면 원하는 학생까지 공부를 할 수 없다”며 “비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기숙사가 있는 고교나 특수목적고는 야자를 계속할 텐데 일반고 학력만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이가 학교에서는 공부가 잘된다는데 야자를 왜 폐지하느냐” “사교육 시장만 흥하고 학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침대나 컴퓨터와 혼연일체가 될 것”이라는 등의 지적도 제기됐다.

2월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3년 대비 2015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4.6%·1만2000원)이 전국 1위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2.1%·5000원)을 크게 초과한다. 이 교육감의 ‘야자 폐지’ 발표 직후 사교육 업체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학생에 대한 학교의 책무감을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는 매년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경기 고2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5.4%로 서울(7.1%)에 이어 2위였다.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이 교육감 취임 이후 더 높아졌다. 국어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2013년 3.8%에서 2014년 1.5%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2.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수학은 6.6%, 7.2%, 7.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학력이 더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 학력부터 쌓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 교육감이 야자 대신 도입하겠다는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30일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 오전 9시 등교를 추진할 때도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해 큰 혼란을 가져왔다”며 “야자 폐지는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경기#교육감#고교 야자#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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